'신경영 선언'처럼…JY, 글로벌 인재 영입해 '뉴삼성' 속도
by경계영 기자
2018.06.07 05:00:00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CIO 임명
세바스찬 승·다니엘 리 교수 영입
한결같은 ''인재중심 경영'' 돋보여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미래는 한 사람의 비범한 천재가 수만명을 부양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21세기에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선 국적을 초월해 전 세계의 우수 인재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저서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경영이념으로 ‘인재 중시’를 우선 꼽을 정도로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성장동력을 책임질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80년대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인재 영입에 직접 나선 데 이어 이번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필두로 인공지능(AI) 분야 ‘S급 인재’ 모시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6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산하 혁신조직인 삼성넥스트(Samsung NEXT)의 데이비드 은 사장을 삼성전자 최고혁신책임자(CIO)로 정식 발령냈다.
삼성전자가 CIO 직책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CIO 직책 신설은 그만큼 삼성이 혁신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미래 먹거리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12년 부사장급으로 삼성전자에 합류한 그는 이재용 부회장이 신뢰하는 ‘S급 인재’로 분류된다. 스타트업 투자와 우수한 인재 확보, 신사업 발굴 등을 책임졌던 삼성넥스트 사장인 동시에 삼성전자 CIO로서 전사의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을 주도할 그의 역할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얘기다. 그 역시도 삼성넥스트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CIO로서 5년 이후 삼성전자의 비전을 만드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영입한 세바스찬 승(H.Sebastian Seung)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와 다니엘 리(Daniel D.Lee) 펜실베니아대 교수도 ‘S급 인재’로 꼽힌다. 승 교수는 뇌 신경공학 기반 AI 분야에서, 다니엘 리 교수는 AI 로보틱스 분야에서 각각 세계적 석학으로 손꼽힌다. 이들은 세계적 연구소인 벨랩(Bell Labs)을 거쳤으며 인간의 지적 활동을 그대로 모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세계 최초로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승 교수를 영입하며 최고연구과학(CRS) 자리까지 처음 만들었다. S급 인재를 어떻게 대우할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승 교수는 “혁신의 역사를 만들어온 삼성전자가 AI 분야에서도 새롭게 도약한다”고 합류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말 한국과 미국에 이어 올해 영국, 캐나다, 러시아에 AI 연구센터를 세우는 과정에서도 삼성의 ‘S급 인재’ 모시기는 이어졌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캐나다 토론토 AI연구센터는 지난해 모셔온 래리 헥(Larry Heck) 전무가 맡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거친 헥 전무는 각각 ‘구글 어시스턴트’, ‘코타나’ 등 AI 서비스를 개발한 인재로 AI 분야 구루로 불린다.
영국 케임브리지와 러시아 모스크바 AI연구센터 리더로 있는 앤드류 블레이크(Andrew Blake)와 드미트리 베트로프(Dmitry Vetrov)도 AI 분야 전문가로 삼성전자가 공들여 영입한 인물이다.
최근 삼성전자에 합류한 인재의 면면은 삼성전자가 보는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한 밑그림을 가늠케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경영에 복귀한 이후 유럽과 북미, 중국, 홍콩 등 세 차례의 해외 출장을 돌며 사업을 구상하는 동시에 인재 스카우트에도 직접 힘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생각이 영입된 인재에 반영돼있다는 의미다.
이는 앞서 25년 전인 1993년 6월 이건희 회장이 대대적 혁신을 꾀했던 ‘신경영 선언’ 이후 핵심인재인 ‘S급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건희 회장은 “핵심인재 확보방안을 전면 수정하고 사장들은 업무의 반 이상을 여기에 집중하라”고 할 정도였다. 그 스스로도 황창규 KT 회장과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의 영입을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잇단 출장에서 이 부회장이 AI 분야와 관련한 투자와 인재 확보 등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AI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에 더욱 탄력이 붙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