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성문재 기자
2018.05.18 05:00:00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올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6년만에 부활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됐다. 여기에 최근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 통지가 시작되면서 재건축 시장에 대한 정부의 경고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 반포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당초 조합원 1인당 850만원 수준으로 계산했던 재건축 부담금이 서초구청과 한국감정원의 검증 작업을 거치고 나서 1인당 1억3569만원으로 16배 커졌다.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던 주요 아파트 조합들은 사업 연기를 검토하고 나섰다. 자신들의 재건축 부담금도 조합 생각보다 훨씬 높게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수억원의 부담금을 낼 자신이 없는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거나 정권이 바뀌어 규제가 풀릴 때까지 기다리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서울의 주택 수급 불균형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최대 골칫거리였던 서울 집값 급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이었는데 올해부터 재건축 사업 추진이 자의든 타의든 막히면 향후 4~5년 뒤 서울에서 신규 주택 공급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빈땅이 없는 서울에서 재건축 사업이 그동안 새 아파트 공급을 책임져왔기 때문이다. 올해와 내년 서울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연 3만5000가구 이상으로 많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2014년 정부가 재건축 가능연한을 30년으로 단축한 영향이다.
집값을 잡기 위해 재건축 사업을 막겠다면 신규 주택 공급을 위한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노후주택이 많으면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현상도 더욱 짙어진다는 점을 외면해선 안된다.
집값을 안정시켜 서민들의 주거 불안 문제를 해소하고 투기세력의 불로소득 향유를 막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은 많은 실수요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임기 동안에만 통할 수 있는 정책은 ‘표(票)퓰리즘’일 뿐이다. 결과적으로는 국민들의 혼란과 불안을 증폭시키는 악수(惡手)가 될 수도 있다.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5년뒤 10년뒤, 다음 정권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진정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