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th W페스타]`철인 28호` 이은경 회장 "감성의 시대..여성은 블루오션"
by김재은 기자
2017.10.20 05:45:00
내 인생의 느낌표③
여성변호사회장..사법시험 30회 합격후 판사 11년
지원앞 변호사 사무실도 여성 `최초`
남편과 끊임없는 상호작용..모든 희망은 `사람`
다섯딸을 둔 엄마 이야기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별명은 ‘철인 28호’. 타고난 강철체력에 큰 어려움 없이 50여년을 지냈다. 일과 가정의 균형보다는 일이 우선이던 시절을 지낸 그녀는 이제 후배들이 ‘사람’을 중시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을 돕고 싶다.
주인공은 이은경 여성변호사회장이다.
그는 30회 사법시험을 합격(연수원 20기)하고 여성화장실조차 없었던 1991년 남부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11년간 법관을 지냈다. 임관 12년만인 2002년엔 법복을 벗고 이은경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당시 지원 앞에 개인 이름의 변호사무실을 낸 최초의 여성 법조인이었다.
앞만 보고 달려오던 그는 사무실 개업과 함께 여성 후배들에게 어떤 모델을 보여줄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변호사로 사람을 돕는 일을 하다 보니 서로 호흡과 눈높이를 맞추며 문제를 해결하는게 판사보다 더 적성에 맞았다.
| 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산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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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모든 희망은 사람이다. 과거를 뒤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과거에 있어 너무 잘한 것은 교만을 낳고, 없애고 싶은 건 자기연민과 혐오만 낳기 때문이다. 미래 역시 어떤 일이 어떻게 생길 지 모른다. 제 인생 목표는 오늘 하루 이 순간이다.”
이처럼 밝은 에너지의 그녀에게도 고통은 있었다. 한 번의 쓰디 쓴 실패 후 2010년 만난 지금의 남편은 더없이 큰 동반자이자 ‘강철 멘탈’의 에너지원이다. 어릴적부터 기도편지를 매일 아침 써주신 어머니의 세심함도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정말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두 사람이 뭉쳐 21명의 역할을 합니다. 변호사이자 목사인 저의 남편은 나란 사람이 가진 장점을 북돋아주고, 단점은 덮어주고 기다려주고 받아줍니다. 의견을 나누면 새로운 시각을 주고 끊임없이 상호작용하죠. 이건 축복이에요.”
이런 남편인 덕에 분노나 원망이 생길 때면 감정과 자신을 분리해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그 중심에는 신앙이 자리한다.
게다가 남편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굉장히 자상하게 돌봐주고 있다. 재혼으로 딸 다섯의 부자가 된 그들은 일단 기대하고 기다린다. 아이들이 속을 썩일 때면 당장 채근하고 싶은 맘이 들지만, 잔소리하지 않고, 조급하게 밀어부치지 않는다고 했다.
“저는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간섭, 조율, 개입하는 것을 반대한다. 본인 스스로 결정하게끔 한다. 그 과정에서 기다리고, 기대하며, 매일 기도하고 조언하는 게 전부다.”
| 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산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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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출산과 육아에 있어서는 보다 섬세한 사회적 시스템과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산과 육아에 대해선 우리 사회게 획기적인, 상상을 초월할 법한 일을 해야 한다. 예컨대 단순히 돈을 나눠주는 것 보다 셋째를 낳으면 대학을 무료로 지원한다든가 하는 식”이라며 “대신 여자도 군대를 가고, 모든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남녀 동수로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고리타분한 법과 함께 평생 지내온 사람의 아이디어라기엔 상당히 획기적이다. 그는 엘리트인 법조인들이 자기 오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하며, 사회가 엉뚱한 곳으로 갈때 ‘강한 브레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실 황제 CEO 시대는 지났잖아요. 힘과 권위에 의해 억누르는 시대는 가고, 4차 산업혁명, 멀티테스킹, 여자에게 유리한 감성의 시대에요. 수평적 리더십과 겸손, 배려, 포용은 여성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와 희망이 여성에게 있고, 여성은 블루오션이에요. 여성에 대해 재평가가 이뤄져야 하죠.”
너무 열심히 사는 것보다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은경 회장. 그녀는 여성의 행복이 가정과 사회의 행복을 이끈다고 믿는다.
“성공을 위해 뛰어난 리더가 되겠다고 달려가는 꿈과 용기도 좋다. 다만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할까 구체적인 틀을 연구하는 게 필요하다. 우울, 근심, 공포, 불안, 걱정을 대신할 행복의 자리를 어떻게 만드는 지 머리를 맞대보자. 이제 여성은 우리 인류와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데 노력해야 한다.”
언제나 사람을 향하는 그녀의 이야기. 감사로 하루를 시작해 배려와 기다림으로 지내는 시간들이 다섯아이의 엄마임에도 다양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지 싶다.
이은경 여성변호사회장은 10월 25일 반포 세빛섬에서 열리는 제 6회 이데일리 W페스타 Scene3 느낌표(!) ‘최선을 다할 때 우리가 빛난다’에서 초기 여성리더로서의 어려움과 인생 2막, 그리고 진정한 행복을 찾는 길까지 다양한 경험을 들려줄 예정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W페스타 홈페이지(www.wwef.or.kr)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