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의 별별☆스타트업](18)막 찍어도 인생샷, 카메라 앱 '나인캠'

by박경훈 기자
2017.07.15 06:15:00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맛집은 늘 대기 시간이 긴 법. 30분간의 기다림 끝에 고대하던 음식을 마주하게 됐다. 그러나 음식이 나오자마자 스푼과 포크를 들지 않는다. 중요한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찰칵찰칵”

스마트폰을 꺼내 나인캠 앱을 누르고 열심히 음식 사진을 찍는다. 내 인스타그램 계정은 곧 내 삶의 거울이기에 한치의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된다. 1분여가 지났을 때 제발 그만 하라는 동료들의 절실한 외침이 들렸고 어렵사리 의식을 끝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헛수고였음을 식사 후에 알게 됐다. 촬영한 사진에 포커스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나인캠은 누구나 전문가처럼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모바일 카메라 앱이다. 현재 전 세계 15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고 디지털 방식의 모바일 카메라 앱이지만 아날로그 풍의 감성적 사진을 별도의 조작이나 전문 지식 없이 찍을 수 있다. 말 그대로 ‘막 찍어도 인생샷’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

나인캠 개발사인 팬타그램의 김건용(42) 대표는 “저희는 접근 방식부터 달랐다”며 “카메라 앱에 대한 연구보다 일반 카메라 자체를 재조명하고 카메라 본질의 기능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의 여러 카메라 앱들이 다양한 필터 기능을 선보이지만 감각을 중시하는 사용자의 니즈는 채워주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DSRL 카메라와 같은 전문 카메라의 아름다운 느낌을 스마트폰에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1만여개의 카메라 필터를 자체 개발했다. 그 중 9개의 아름답고 느낌 있는 필터만 엄선해 ‘나인캠(9cam)’이 탄생하게 됐다.



나인캠은 2016년 7월 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 인기순위 1위를 차지했고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특별한 마케팅 없이 사용자 후기와 입소문만으로 단기간에 150만 유저를 확보했다. 이는 레드 오션으로 여겨진 카메라 앱 시장에서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받는다.

김건용 팬타그램 대표. (사진=팬타그램)
팬타그램은 지난 2015년 설립된 모바일 이미지 영상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다. 김건용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웹 디자인 일을 하면서 네트워크, 프로그래밍 등을 경험하고 이후 독학으로 스마트폰 앱 개발을 터득했다.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미 삼아 여러 사진 편집 앱을 출시했는데 예상 외로 앱들이 상당한 인기를 끌며 결국 카메라 앱 개발은 취미가 아닌 본업이 되었다.

김 대표는 “카메라 앱 본질에 대한 성찰과 시대적 트렌드를 읽어내려는 노력 덕분에 나인캠이 큰 사랑을 받은 것 같다”라며 “앞으로도 팬타그램의 서비스를 통해 많은 분들이 특별한 기술 없이도 소중한 일상을 아름답게 남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인캠은 애플 앱 스토어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하며 안드로이드의 경우 베타 버전만 공개되어 있다. 나인캠 외에도 사진 촬영부터 편집, 저장 등 이미지와 관련된 다양한 부분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2015년 초기기업 전문투자사 더벤처스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