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업자 공화국’의 빚쟁이 국민들

by논설 위원
2016.11.17 06:00:00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나라 살림은 물론 개인의 삶도 피폐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이 수치로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국신용정보원의 ‘생애주기에 따른 금융거래 행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국민 3명 중 2명은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80세가 넘어서도 빚을 다 갚지 못해 결국 평생을 허우적대며 살아간다고 한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은행·보험·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에 빚이 있는 19세 이상 국민이 1800만명에 이른다. 전체 성인(약 2700만명)의 66.7%에 해당한다. 1인당 빚은 19세 때 평균 450만원에서 35세에는 6780만원으로 15배나 치솟는다. 주택마련, 자녀 사교육비 등 지출이 늘어나면서 남자의 경우 53세에 9175만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에도 빚 부담은 좀체 줄지 않는다. 61세 때 7876만원인 대출 잔액이 83세 때 6343만원으로 약간 줄어들 뿐이다. 일생 동안 빚의 늪에 빠져 사는 셈이다.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점이 더 큰 걱정이다. 30대 그룹에서 지난 9월까지 해고된 직원이 1만 4000여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단적인 사례다.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 시작되면서 실업대란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빚을 못 갚은 채 실직하면 소득 감소로 상환 여력이 떨어질 게 뻔하다. 퇴직·은퇴자들이 대출을 통해 손쉽게 창업하는 치킨집 등은 1년 안에 절반 가까이 폐업한다. 빚이 줄기보다는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게 현실이다. 소득은 줄고 빚은 늘어나는 악순환의 구조다.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좋기로는 성장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가계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는 장기 저성장에 수출 감소, 구조조정, 청년실업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순실 게이트’로 경제 컨트롤타워마저 표류 중이다. 경제 및 민생 현안을 챙길 경제 리더십의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그러나 국민들의 심사를 제대로 알기나 하는지 정치권은 당리당략에만 정신이 팔린 듯하다. 겨울철을 앞두고 찬바람을 맞는 빚쟁이 신세들이 처량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