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Story] 찌라시 전쟁으로 비화된 CJ헬로비전 탈세수사
by김현아 기자
2016.06.12 08:48:2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SK-CJ헬로비전 합병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경찰이 CJ헬로비전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은 통신장비를 지역 통신사나 건설사 등에 납품하지 않고도 공급한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작성하고 하청업체에서 허위 세금계산서도 매입해 조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00억 원에서 최대 200억 원의 조세포탈 혐의가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헬로비전이 조세를 포탈한 게 사실이라면 도덕성 측면에서 비난받을 만 합니다.
주가 역시 급락해 8일 오전 9시 3분 현재 CJ헬로비전(037560)은 전일대비 6.12% 내린 1만 1500원에 거래됐습니다.
하지만 CJ헬로비전은 매수자가 아닌 매물로 나온 기업이기에, 나쁜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는 걸 허용하느냐 하는 것, 즉 인수합병 자체가 되느냐 안 되느냐와는 관련이 적은 이슈입니다.
SK측 인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볼 수 있죠.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했을 때 매출 부풀리기나 허위 세금계산서의 존재를 알았느냐 몰랐느냐의 문제와 알았다면 어떤 추가적인 협상을 했고 계약서에 명시했는지가 관건입니다. 공식적인 확인은 되지 않지만 헬로비전 측의 해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과 별개로 이 사건을 두고 요 며칠 사이 떠도는 갖가지 뒷담화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중 하나가 ‘SK가 CJ헬로비전 인수를 철회하기 위해 일부러 언론에 탈세 수사 건을 제보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SK, CJ헬로비전 철회설 급부상’이라는 제목으로 8일 찌라시(정보지)로 유통됐습니다.
한마디로 지난해 12월 1일 공정위, 미래부, 방통위 등에 신청서를 냈지만 6개월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가운데, SBS 등 언론의 부정적 보도로 그룹차원에서 입은 이미지 손실이 너무 크니, SK가 언론에 헬로비전 탈세 수사건을 일부러 흘리고 합병을 무산시키려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찌라시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찌라시 소탕작전이라도 벌여야 겠다, “악의적인 음모론이다”라며 흥분했습니다. 해당 찌라시의 작성자와 유포자를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들립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과 관련해 “법정 심사기한인 120일 초과한 게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 등 타부처나 업계에서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입니다.
그는 “이번 건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첫 사례이며, 3월 말에 방통위에서 발간한 통신시장,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보고서의 내용이 방대해 검토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며 “과거에 유선방송사업자간 기업결합 사례를 보면 1년 이상 걸린 경우도 몇 차례 있었고 일부 건은 최장 2년 반 걸린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정 위원장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방송통신 융합의 미래적인 가치를 고려했을 때, 경쟁법을 집행하는 당국이 이를 엄중하고 꼼꼼히 보겠다는 것 자체가 뭐가 문제일까요.
다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 합병이 가져다 줄 긍정적인 효과나 부정적인 영향 같은 ‘본질’에 대한 토론보다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음모론(곁가지)’이 판을 칠까 걱정입니다. 이런 모습은 합병 논란의 주인공들이나 경쟁사들은 물론 방송통신 계 전반, 국민들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