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5.11.09 06:00:00
정부 집계, 소방직 공무상 상해 연평균 411건
학계 연구선 1만여명이 치료 필요, 입원건수 4963건
부상 소방직 45% "불이익 등 우려돼 다쳐도 숨겨"
전문가들 "'119' 슈퍼맨 아냐..휴식·치유 필요"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8일 국민안전처·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급여심의회에 접수된 소방직 공무원의 ‘공무상 요양승인신청’ 건수는 지난 3년간 연평균 411건이다. 2012년에는 407건, 2013년 393건, 2014년 432건에 이어 올해는 294건(7월 기준)이다. 이는 전국 소방직 공무원 4만 406명(올해 1월 기준)중 1% 수준이다. 정부는 소방직 공무원의 공무상 상해(공상) 규모를 집계할 때 이 수치를 활용한다.
그러나 정부가 집계하는 소방직 공무원들의 공상 규모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게 소방직 공무원은 물론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주무부처인 인사처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임무 수행 중 부상이나 질병을 얻어도 불이익을 우려해 공상 신청을 하지 않고 자비로 치료하는 대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벌인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침묵 속에서 병들어가는 ‘119’를 구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연평균 411건이란 수치 뒤에 숨어 있는 소방관들의 열악한 현실은 민간연구를 통해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나 있다. 학계에서는 치료가 필요한데도 고통을 참고 견디며 현장을 지키는 소방관들을 ‘은폐된 공상자’라고 부른다.
안연순 동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소방직 2만56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1만2296명(48%)이 근골격계 증상이 있다고 답했다. 7424명(29.1%)은 피부증상, 4539명(18.4%)은 우울증 증상을 확인했다.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뇌융합과학연구원이 지난해 소방직 3만709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39%(1만4452명)가 외상후스트레스·알코올·우울·수면장애 중 한 가지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응답자 중 지난 1년 간 치료를 받은 소방관은 6.1%에 그쳤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진(이상규 교수 등)이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입수한 입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년 한해 동안 소방직 입원건수는 4963건, 총 입원일은 4만4127일에 달했다. 연도별 입원건수는 2000년(1899건)에 비해 8년새 2.6배 증가했다. 이 연구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으로 2009년 중단됐다.
안연순 교수는 “소방관들은 아파도 참았다가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돼야 공상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치료가 필요한데도 사회적 관심 밖에서 신음하다 긴박한 재난 현장으로 내몰리는 게 소방관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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