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비디비치' 쇄신 프로젝트 가동..'이번엔 화장발 받나'

by염지현 기자
2015.08.12 06:00:00

계속되는 실적 부진..신세계 3년간 100억 수혈
매장 축소, 홍콩 사업 강화, 전속 모델 선정
홈쇼핑 이미지 탈피, 면세점 확보 등 과제 多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3년간 100억원 투자하고도 마이너스 성장.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비디비치’로 대표되는 화장품 사업에 대대적인 칼질을 단행한다. 브랜드의 얼굴을 바꾸고, 해외 사업을 강화하는 등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비디비치는 지난 2005년 ‘최지우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유명한 이경민 원장이 론칭한 색조 화장품 브랜드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자본잠식 상태까지 갔던 것을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부사장이 지난 2012년 인수했다.

비디비치는 최근 전속 모델로 20대 강승현을 선정했다. 젊고 도회적인 이미지로 거듭나겠다는 심산이다.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정 부사장은 비디비치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12년 말 40억, 2014년 4월 30억 등 작년까지 70억원에 달하는 돈을 유상증자로 투자했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월 또 다시 4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브랜드를 인수하고 지금까지 세 번, 총 100억원을 투자한 셈이다. 하지만 성과는 좋지 못했다. 지난해 비디비치의 매출은 105억원으로 전년 132억원 보다 20.5%나 꺾였다. 부채는 2013년 46억원에서 지난해 62억원으로 늘어났다

과감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지난해 영업효율이 떨어지는 매장을 중심으로 면세점을 포함해 운영하던 매장을 18개에서 13개로 축소했다. 또 비디비치의 홈쇼핑 전문 서브 브랜드 ‘터치바이 이경민’의 브랜드 철수를 결정했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3년간 100억정도 까먹었고 브랜드를 철수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유경 부사장이 관여하고 있었기에 가능하다”며 “정 부사장의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마지막 승부수는 ‘중화권’ 공략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 2월 홍콩 면세점 DFS ‘T갤러리아’에 입점하며 홍콩 내 매장 수를 5개로 늘렸다. 중국 본토에선 포털 쇼핑몰에 입점해 온라인 판매를 진행 중이다.



김영 신세계인터내셔날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비디비치는 중화권 고객들이 명품 트렌드를 알기 위해 찾는 홍콩에서도 고급 몰에만 입점하는 전략으로 명품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전속 모델 선정을 통한 이미지 변화와 신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일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비디비치를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 원장의 홈쇼핑 브랜드로 인지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인수 후에도 이경민 원장과 손을 잡고 ‘터치 바이 이경민’이라는 홈쇼핑 전용 브랜드를 만들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저렴한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됐고, 이에 신세계는 지난해 이경민 원장과 이별하고 홈쇼핑 판매도 중단했다.

최근 전속모델을 강승현으로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홈쇼핑 방송으로 덧씌워진 30~40대 화장품이라는 노후한 느낌을 20대 후반의 도시적인 모델로 젊게 만들며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백화점에 치우친 채널을 면세점으로 확장해야 하는 것도 또 다른 과제다. 현재 비디비치의 국내 매장은 백화점 12개, 면세점 1개로 분포되어 있다. 화장품 시장에서 백화점 매장은 큰 수익을 얻기 위해서라기 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적지 않다. 화장품 시장의 가장 큰 손인 중화권 고객과 동남아시아 고객을 잡기 위해서는 면세점을 뚫어야 승산을 가늠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최근 쿠션 같은 인기 상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소비자와의 스킨십을 강화하며 브랜드를 다져나가고 있다”며 “사업 효율화를 진행하는 과정이라 진통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