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팀에 바란다5]재개발·재건축 "용적률 흥정 관두라"

by박종오 기자
2014.07.24 07:00:30

△이승희 개포시영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장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 시영아파트는 2003년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개포시영 조합장 겸 한국도시정비사업조합 중앙회 수석부회장인 이승희(58)씨는 이처럼 사업이 더딘 원인을 ’엇박자 행정’과 ‘인허가 절차의 과잉’에서 찾았다.

이씨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법 규정과 현장에서 적용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다”며 “이는 조합과 지자체의 충돌, 주민 간 갈등 등을 부르는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사업 수익성을 좌우하는 용적률(건물의 전체 바닥 면적 대비 땅 면적의 비율)이 대표적이다. 개포시영은 부지 용도가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법이 보장한 최대 용적률은 250%다. 그러나 서울시 기준은 다르다. 190%에서 출발해 단지 디자인 등 지자체의 건축 기준을 충족하는 동시에, 아파트 부지 일부를 공공을 위해 떼 주고 소형 임대주택까지 지어야 250%를 확보할 수 있다.



그는 “용적률이 흥정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합이 지자체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정비계획을 바꾸고 주민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사업 기간과 비용이 불필요하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사업을 마치기까지 거쳐야 하는 수십 건의 인허가 심의 절차는 또 다른 걸림돌이다. 이씨는 “대형 재개발·재건축은 사업비만 수조원, 실제 착공시 고용 창출 규모는 수천명에 이른다”며 “이처럼 경제적 파급력이 큰 민간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과도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LTV·DTI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굵직한 규제 개혁보다 현장의 가려운 곳을 먼저 긁어줄 것도 주문했다. 예컨대 정부 차원에서 각 현장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상설 분쟁 조정기구를 설치하고, 도시정비 분야의 공적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사업 활성화에 훨씬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울산의 한 조합은 담당 공무원과 법 규정을 놓고 갈등을 빚자 비행기를 타고 국토부를 찾아가야 했다”며 “서울만 벗어나면 조합 집행부는 물론 담당 공무원들조차도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처럼 시장 활성화가 아닌,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본디 목적에 초점을 맞춘 실질적인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및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