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이데일리] 기로에 선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by김동욱 기자
2013.12.05 07:10:00
이론만 탄탄‥이번엔 실전감각 보일까
학자출신 기대감 컸지만
2차례 부동산대책 ''시들''
''행복주택'' 정책후퇴 논란속
주민반발 설득 시험대 올라
|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후 행복주택 목동지구 현장을 방문해 신정호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만나 사업추진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지역주민의 협조를 부탁하고 있다. (사진=국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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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학자 출신 장관에 대한 부처 안팎의 기대가 컸다. 지금까지는 업무를 잘 알고 있는 관료 출신이 장관 자리에 오르는 게 관례로 통했다. 건설·교통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는 그런 관례가 더 심했다. 25년여 만에 국토부에서 학자 출신 장관이 탄생했을 때 출신 배경만으로 주목을 받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얘기다.
물론 장관 취임 당시 평생 학계에 몸담았던 사람이 덩치 큰 정부 조직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관성에 젖어 있는 거대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주택업계에서 그를 바라보는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시장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그가 꽉 막힌 주택시장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25년간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친 서 장관은 도시경제학 전문가로 잘 알려졌다. 특히 학계에서는 대표적인 시장주의자로 통하는 사람이 바로 그다. ‘규제 완화’도 교수 시절 줄곧 강조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부동산시장이 과열된 것은 투기 수요 때문이 아니라 주택의 공급 부족 때문이라며 종합부동산세 등 규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랬던 그는 지난해 말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주택·부동산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주택·부동산정책을 총괄했다. 철도 위에 짓는 ‘행복주택’과 ‘목돈 안드는 전세 제도’ 등 현 정부의 핵심 부동산정책은 그의 생각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들이다. 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는 인수위원회에 들어가 경제2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사실상 준비된 장관이었던 셈이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그는 취임 이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서 장관은 지난 3월 취임사에서 “중요 정책을 첫 100일 이내에 마무리 짓는다는 각오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을 조속히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실제로 시장 활성화 종합대책으로 평가받는 4·1 부동산대책은 그가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발표됐다. 취득·양도세 감면 등이 골자로 시장에서도 꽤 통하는 듯했다. 행복주택과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등도 밑그림이 더 선명해졌다.
그러나 집값은 한 달 만에 다시 약세로 돌아서는 등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시장 침체가 이어지자 정부는 취득세 영구 인하 등을 담은 8·28 대책을 추가로 내놨지만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셋값만 치솟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서 장관의 더 큰 위기의식은 잇따른 주택 정책 후퇴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정책을 설계한 사람이 바로 서 장관 본인이었다는 점에서 부담이 만만찮았을 것이다. 정부는 결국 지난 3일 ‘4·1 및 8·28 부동산대책 후속조치’를 통해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를 사실상 폐기하기로 했다. 행복주택 역시 공급 물량을 대폭 줄일 방침이다. 물량뿐 아니라 개발 콘셉트도 애초 취지와는 상당히 달라져 사실상 일반 임대주택과 큰 차이가 없게 됐다. 행복주택이 그저 도심과 가까운 임대주택 정도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마저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행복주택은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벌써 지역주민 반대 등으로 사업 추진에 상당히 난항을 겪고 있다. 서 장관의 ‘설득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 장관은 4일 오후 주민 반대가 격렬한 서울 양천구 목동지구를 방문했다. 서 장관이 주민 설득을 위해 행복주택 지구를 방문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여러모로 좋지 못한 상황에 부닥친 그가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