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포럼2013]임윤선 "수잔 케인에게 외향성의 힘 보여주고파"

by이지현 기자
2013.11.25 07:30:00

수잔 케인과의 대담..외향적 사람에 대한 편견 깨고파
변호사부터 방송까지..넘치는 '에너지' 전파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남들의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향적인 사람을 보며 자의식 과잉이라고 오해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수자 케인의 ‘콰이어트’를 읽으면서 다시 생각하게 됐죠. 그런데 읽다 보니 수잔 케인 또한 외향적인 사람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구나 싶어요. 직접 만나 서로의 간극을 줄이며 오해를 풀어보고 싶습니다.”

‘세계여성포럼 2013’에서 수잔케인과 일대일 대담을 펼칠 임윤선 변호사(권욱 기자)
지난 20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서 임윤선(35) 변호사를 만났다. 말 잘하는 변호사인데다 평소 이미지가 얼짱에 TV 프로그램 퀴즈 왕 등으로 알려졌던 터라 여느 인터뷰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흘렀다. 게다가 그녀는 미혼에 육아 경험도 없어 여성포럼 인터뷰 대상들에게 공통으로 던졌던 결혼과 육아에 대한 어려움은 물어볼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매 순간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일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놨다. 약 90분간 진행된 인터뷰는 마치 예전부터 알고 있던 선배를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었다.



그녀는 오는 28일 열리는 ‘세계여성경제포럼 2013’에서 수잔케인과 일대일 대담을 진행한다. 수잔케인은 베스트셀러 ‘콰이어트’로 전 세계 독자를 매료시킨 작가다. 그녀는 책을 통해 외향적인 사람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향적인 사람이 세상을 움직인다며 내향성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

자신을 ‘사려 깊은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말하는 임 변호사는 수잔 케인과 외향성과 내향성의 균형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담론을 펼칠 예정이다. 외향적인 사람들을 대변할 임 변호사는 수잔 케인의 콰이어트를 참 꼼꼼하게도 읽었다. 수잔 케인에 던질 질문에 인용할 문구가 적힌 페이지 숫자를 외울 정도로 에너지가 넘쳐났다.

전직 협상전문 변호사였던 수잔케인과 현재 사건·사고 전문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는 임윤선 변호사와의 한판 대결.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닌 그녀들이 나눌 새로운 여성 리더십이 벌써 기대된다.

그녀는 호감이 가는 외모와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로 법조계부터 방송계까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때론 이런 모습이 질시 어린 시선에 의해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주고 깔끔한 인상을 주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면 그분들은 제 얘기에 힘을 더 실어주거든요. 물론 가끔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그건 실력으로 풀면 돼요.”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자 박탈감을 느끼는 남성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녀는 이런 현상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현대사회는 협동심과 배려심이 필요한 세상인데 이런 부분은 여성이 남성보다 강해요. 몇 가지 분야를 제외하면 남성이 여성에게 계속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지요. 이런 남성들의 박탈감과 상실감이 불특정 여성에게 분노로 표출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이런 상황에 대해 여성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은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고 배려심과 섬세한 면도 가지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책임감은 부족한 것 같아요. 만약 책임감도 함께 갖고 있었다면 남성들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무거운 건 들지 않겠어. 내가 할 건 하지 않지만 대우는 남성과 똑같이 해줘야 해’라고 했던 요구가 당시엔 여성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여성에게도 올가미가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성들도 여성이라고 빼지 말고 남성 못지않게 해낼 수 있는 모습을 실력으로 보여주며 여성의 장점을 플러스 알파로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옛말에 딸 부잣집 셋째딸은 얼굴도 보지 않고 데려간다는 얘기가 있다. 딸만 넷인 집안에 셋째딸인 임 변호사에게 어찌 된 거냐고 묻자 그녀는 “혹시 얼굴을 본 건 아닐까요?”라고 받아쳤다. 그녀의 재치있는 답변은 계속 이어졌다.

“옛날에는 엄친딸이 맞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요즘은 또 다른 엄친딸로 구분되고 있거든요. ‘엄마 친구 딸 게 있잖아. 공부도 잘하고 뭐 한다는 애…. 그 애 아직도 시집 못 갔다며?’라면서요.”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30대 중반을 넘긴 여성이 결혼을 안 했다는 게 흠이 된다.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도 결혼을 안 했다는 것으로 모든 장점이 덮히고도 남는다. 그녀 또한 이런 면에서 억울해 했다.

“사실 법조인들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게 모범생 콤플렉스에요. 기본 이상의 이미지를 갖춰야 하는데 저에겐 결혼을 안 한 사실이 걸림돌이 될까 한동안 마음이 급했어요. 특히 서른넷을 넘길 때는 밤에 잠이 안 올 정도였어요.”

마음이 급하다고 아무하고나 할 수 없는 게 결혼이라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바로 그때 아버지의 한마디가 힘이 됐다.

“아버지도 걱정은 하셨지만 제가 스스로 만족스럽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뿌듯해하시면서 ‘굳이 남들이 다 가는 길을 갈 필요 있느냐’며 ‘그냥 너의 길을 가라’고 하셨죠.”

아버지의 한마디는 그녀를 자유롭게 했다. 스스로는 편해졌지만, 바깥의 시선은 아직도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여전히 주변에선 ‘왜 시집 못 가셨어요? 결혼 못한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라며 알려주더라고요.”

그녀는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결혼 자체를 위해 지금의 자유와 해야 할 모든 일을 접어두고 뛰어들고 싶지는 않아요. 정말 사랑하지 않는 이상은요.”

1978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했다. TV 퀴즈 프로그램에서 퀴즈 왕들을 차례로 꺾고 퀴즈왕에 등극, 3억원의 상금을 손에 쥐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미 사건·사고 해결사로 유명하다. 변호사로서 일 외에도 무대에 서는 것이 좋아 시사 프로그램부터 예능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법무법인 민에서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