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전략)꽃샘추위 넘기기

by권소현 기자
2008.03.26 07:52:15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봄이 왔나 싶었는데 겨울날씨를 방불케할 정도로 쌀쌀하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찾아온 모양이다.

원화에 대한 달러화도 마찬가지다. 봄을 건너뛰고 여름으로 직행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후끈 달아올랐다가 꽃샘추위에 발목이 잡혔다.

생각보다 빠르게 조정이 이뤄졌다. 7년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으니 `조정`이라고 이름 붙이기 어색하기도 하다.

역외 매도세가 생각보다 강했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개장초부터 무섭게 쏟아져 나오는 역외 물량에 국내 플레이어들도 움찔했다.

환율 하락으로 롱스탑 물량이 나왔고 1000원대에서 미처 팔지 못한 네고 물량도 쏟아졌다. 강력한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980원선이 무너지면서 또 다른 롱스탑을 불렀고 환율은 계속 낙폭을 키워갔다.

980원선이 붕괴되자 한곳에서 30억달러 규모의 네고물량을 내놓았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만큼 심리는 불안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달러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던 시장 분위기는 이제 달러가 충분하다 못해 남아도는 것 아닌가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일차적으로 환율 1000원대에서 당국이 달러를 공급, 숨통을 틔워준 것도 있겠지만 시장 분위기 자체가 환율 움직임에 따라 사후적으로 이유를 찾은 탓이 크다. 실제로 달러가 풍부해졌다기 보다는, 최근 사흘 연속 환율이 하락하자 달러 공급이 많아진 것 아닌가 하는 분위기로 쏠린 경향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단기외화차입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내국인들의 해외 증권투자자금이 순유입으로 돌아섰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도 이같은 심리변화에 일조했다. 그만큼 시장도 얇아졌다. 어제 하루동안 환율이 움직인 폭은 18원이었다.

이 가운데 간밤 뉴욕에서 나온 소식들은 다시 안전자산 선호도를 자극한다.

미국 3월 소비심리는 5년래 최악의 수준을 보였고 1월 20개 대도시 집값은 사상 최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금융업체에 대한 투자의견과 실적전망 하향조정이 줄줄이 이뤄졌고 달러는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사흘 연속 하락하면서 조정을 보인 데다 위험자산 회피심리도 높아진 만큼 환율은 다시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세자리수로 낮아졌으니 외국인이 적극 배당금 송금에 나설 수도 있다. 마침 전일 국민은행 배당금 6700억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한쪽에서 보면 지난달말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월말이라는 특성상 네고물량 부담도 있다.

너무 급하게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970~980원 레벨에서의 적응기간은 필요하다. 봄꽃을 피우기 위해 꽃샘추위를 견뎌야 한다면 미리 옷차림을 너무 얇게 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