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분들 나이가 꽉 찼다고요? 걱정 마세요”
by조선일보 기자
2006.04.07 07:32:54
‘마담 뚜’ 나선 은행들
“고객 확실히 잡고 2세까지 유치하자”
결혼 컨설턴트 채용 맞선 파티 열고 임원이 주례 서기도
[조선일보 제공]
“우리 딸 결혼해야 되는데, 중매 좀 서세요.”
“쌍춘년(雙春年)에 우리 아들 꼭 장가 보내주세요.”
은행들 사이에 부자 고객의 자녀 맞선을 주선하는 ‘중매(仲媒) 전쟁’이 벌어졌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고객의 아들·딸들이 모이는 맞선 파티도 열리고, 결혼에 골인하면 은행임원이 주례까지 서준다. 은행들이 부자 고객의 2세까지 유치하는 ‘마담 뚜’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셈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3년,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커플 매니저로 6년간 일한 김희경(40)씨를 프라이빗 뱅커(PB) 사업팀장으로 전격 채용했다. PB들에게 쏟아지는 중매 요청을 한곳에 모아 전문적으로 ‘중매 사업’을 벌이기 위해 전문가를 스카우트한 것이다. 김씨는 “고객 집을 일일이 방문해서 집안 분위기와 성격 등을 파악한 다음 가장 어울리는 사람을 1:1로 소개시켜 주려 한다”며 “벌써부터 상담을 요청하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29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PB고객 자녀 60명을 초청해 맞선 이벤트도 벌일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PB사업의 성공비결 중 하나로 ‘맞선 파티’를 꼽는다. 매년 5월에 열리는 이 행사는 올해로 8회째로 고객 자녀 100여명을 초청해 커플 댄스 모임, 매직 쇼 등을 함께 즐기도록 한다. 지난해 행사에선 2쌍의 커플이 맺어졌고, 이들 중 한 쌍이 오는 12일에 결혼식을 올리는 데 김진성 부행장이 주례를 서기로 했다. 다른 2~3쌍도 지금까지 사귀고 있다고 한다. 행사에 참가했지만 커플을 찾지 못한 자녀들은 인터넷 싸이월드에 친목 모임을 만들어 하나은행의 든든한 고객군(群)을 형성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집안 사정을 꿰뚫고 있는 PB들이 서로 어울리는 커플을 골라서 연결해주기 때문에 성혼율(成婚率)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9월에 결혼 적령기의 고객 자녀 50쌍을 대상으로 소개팅을 실시하기로 했고, 외환은행은 VIP 고객들이 ‘웨딩프라자 프로그램’에 등록하게 한 뒤 상대방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원하는 배우자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지방 은행들도 중매에 나섰다. 광주은행은 올 하반기에 결혼정보업체 한곳과 손을 잡고 PB 고객 자녀 맞선 행사에 나서기로 했고, 대구·부산은행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대구은행의 VIP 고객인 박현대(56)씨는 “은행만큼 신뢰할 수 있는 곳이 또 어디 있겠냐. 중매 부탁하기엔 최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