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정민 기자
2004.08.26 07:24:56
주택판매, 주택가격 하락...우려 고조
아직은 낙관론에 무게..그린스펀도 가세
[edaily 하정민기자] 미국 경제가 부동산경기 호황 지속 여부를 둘러싼 논쟁에 휩싸였다.
낙관론자들은 "모기지금리 하락 등으로 주택시장이 호황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비관론자들은 부동산경기 후퇴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 와중에 부동산관련 경제지표마저 혼조를 보여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호황이 미국 경기회복의 중추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주택시장 진단은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부동산시장이 우려를 잠재우고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택판매, 주택가격 하락..압류비율도 증가
최근 발표된 부동산관련 지표를 보면 비관론자들의 우려를 이해할 수 있다. 25일 미국 상무부는 7월 신규주택 판매가 전달보다 6.4% 감소한 113만호에 그쳐 예상치 130만호에 크게 못미쳤다고 밝혔다. 6월 신규주택 판매량도 종전 131만호(0.8%감소)에서 121만호(5.6%감소)로 대폭 하향수정됐다.
하루 전인 24일에는 전미부동산협회(NAR)가 7월 미국 기존주택 판매가 6월보다 2.9% 감소한 672만호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 681만호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당초 695만호로 집계됐던 6월 판매분역시 692만호로 하향 수정했다.
재고도 늘었다.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7월 기존주택 매물은 240만호를 기록했다. 약 4.3개월치 공급량으로 4.2개월치 공급량이 남았던 6월 기존주택매물보다 증가했다.
미국 부동산호황을 주도했던 캘리포니아에서 집값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우려할 만 하다. 단일가족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평균 주택가격은 7월 현재 46만354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6월보다 1.1% 떨어진 수치다.
주택가격 하락보다 재고 증가 속도는 더 빠르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주택매물은 3.3개월치 공급량에 달한다. 지난해 7월에는 재고가 2개월치 공급량에 불과했다. 캘리포니아 주택재고가 3개월치를 넘어선 것은 작년 2월 이후 최초다.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압류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주 CNN머니는 디트로이트, 시카고 등 중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압류 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부동산 압류전문업체 포클로저닷컴은 2분기말 현재 미시건주 웨인카운티에 2018개의 압류 부동산이 있다고 공개했다. 이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677개가 올해 2분기에 등록됐다. 시카고 근처 쿡카운티 1124개, 인디애나폴리스 근처 매리언카운티 1097개, 달라스의 달라스카운티 1076개 등 등 중부 지역 전역으로 압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금리인상 시대를 맞아 모기지 대출이 미국 경제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지 모른다고 우려한 바 있다. 신용 상태가 좋지 않은 저소득층이 위험부담이 큰 변동금리 모기지를 이용, 대거 주택을 구입하는 바람에 부동산 위기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미국 부동산시장이 10% 고평가 상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건설경기는 아직 호조..모기지금리도 하락
부동산시장에 대한 지나친 비관론도 금물이라는 주장도 많다. 많은 부동산지표에서는 아직 미국 부동산경기가 쇠퇴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7월 미국 주택착공건수는 전월보다 8.3% 급증한 197만8000건을 기록했다. 당초 예상치 188만건을 크게 웃돌았다. 건축허가도 5.7% 늘어난 205만5000채를 기록하는 등 주택건설이 활기를 띠고 있다. 올들어 미국 신규주택 착공건수는 월 평균 193만9000건으로 25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최대 모기지업체 파니매역시 최근 올해 미국 주택판매 예상치를 상향 조정했다. 파니매는 지난 18일 올해 미국 신규주택판매 예상치를 작년보다 7.7% 증가한 117만채로 예상한다고 공개했다. 기존 주택판매역시 4.8% 증가한 639만채로 예측했다.
파니매는 지난 7월 신규 및 기존주택판매 예상치를 각각 114만채와 629만채로 제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모기지금리가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내 주택경기 호조를 이끌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경제 둔화 논란으로 채권수익률이 예상만큼 상승하지 않고 있기 때문. 실제 5월 초 6.0%를 넘어섰던 30년만기 모기지금리는 지난 주말 기준 5.81%까지 떨어진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아직까지는 호황국면 지속에 좀더 무게를 두고 있다. 전미부동산협회 데이빗 리레아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버블을 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미국 주택시장에 버블이 없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 공급이 여전히 수요를 밑돌고 있는데다 모기지금리 하락으로 미국 가계의 대출상환 부담도 줄고 있다"며 낙관론을 강조했다.
뉴욕소재 부동산중개업체 코코란그룹의 파멜라 리브먼 최고경영자역시 "미국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건설업체 톨브라더스는 "60만달러 이상의 고급주택에 관한 수요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린스펀 연준 의장도 가세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24일 "미국 일부 동산가격이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펀더멘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미국 전체 주택가치가 과열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