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기성 기자
2001.01.31 08:26:22
세계 자본시장이 1일 새벽(한국시간) 발표되는 미국 금리 인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날 이틀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공감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강하게 형성된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도 이같은 기대를 깨면서 자본시장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도 서있다. 1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의 상승 무드는 이런 기대감을 상당히 반영해왔다.
따라서 시장의 초점은 이번 금리인하의 폭과 추가 인하 가능성으로 모아진다. 연준의 금리인하 단행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그 폭과 추가 인하 가능성 여부에 따라 시장의 모멘텀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 경기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이 기대를 걸 수 있는 부분은 미국 금리 인하에 따른 모멘텀 제공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번 FOMC에서 예상했던 연방기금금리 50bp 인하가 단행되는 대신 추가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지 않는다면 시장은 향후 모멘텀을 상실, 하락추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금리 인하와 함께 오는 3월 FOMC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대두된다면 시장의 모멘텀은 살아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31일 한국증시에서도 이같은 분위기의 연장선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하 발표를 하루 앞두고 있어 시장의 행보는 상당히 조심스러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날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3000계약 이상의 순매도를 기록했다는 게 부담스럽다. 올들어 한국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어온 외국인이 관망세로 나온다면 시장이 활기를 띠기는 쉽지 않다.
또 내일 나스닥시장 향방의 판단기준을 제공하는 나스닥선물 동향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전해지는 나스닥선물 지수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목표수익률을 짧게 잡고 빠른 순환매에 편승하는 유연한 투자전략을 권하고 있다. 특히 일반투자자의 매매비중이 높은 코스닥이나 거래소의 대중주, 중소형 종목군 등이 이런 순환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주된 매매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한편 전날 상장된 코스닥선물은 투자자 참여 저조로 당분간 현물시장에 미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FOMC 시작..내일 금리 인하 여부 발표 =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틀간의 일정으로 개최됐다. FOMC는 한국 시간으로 내일 새벽 금리인하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방기금금리 50bp 인하에 대한 기대가 워낙 강해 연준이 이같은 기대를 깨리라는 예상은 거의 없다.
오히려 월가의 관심은 두가지로 집결되고 있다. 과연 내일 막상 회의결과가 공표된 이후 장세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하는 것과 금리인하가 다음 공개시장위원회가 예정된 3월에 추가로 단행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금리인하에 따른 효과가 이미 증시에 반영됐기 때문에 막상 뚜껑이 열리면 약세장이 전개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야 그같은 현상이 가능하겠지만 금리인하 효과가 본격화될 올 하반기를 감안하면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장세가 펼쳐지리라는 주장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우 급등/나스닥 보합 = 새벽에 장을 끝낸 뉴욕 증권거래소의 다우지수는 179.01포인트(1.67%) 상승한 1만881.20을 기록한 반면 나스닥시장의 나스닥지수는 0.01포인트 오른 2,838.35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금리인하여부를 결정하는 FOMC(공개시장위원회)가 시작된 탓에 그 결과를 지켜보기 위한 것인지, 이날 나스닥시장은 하루종일 적은 변동폭내에서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더니 결국 보합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블루칩의 다우지수는 초반부터 강세를 기록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상승폭을 늘리는 모습였다.
이날 아침 발표된 소비자신뢰지수가 4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초반 나스닥시장을 약세로 밀어넣는가 싶었으나 결과적으로 시장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소비자신뢰지수가 크게 낮아지면서 그만큼 금리인하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들었다는 인식이 확산된 정도였다.
◇반도체 오름세/인터넷 컴퓨터 내림세 = 나스닥시장에서는 반도체가 강세를 보였으나 인터넷과 컴퓨터가 약보합세를 나타내는 바람에 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했다.
반도체가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상승했다. 어드반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 KLA텐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이 강세를 보였고, 인텔은 장중 내내 강세를 보이다가 막판에 약보합세로 밀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장중 3%까지 올랐다가 막판에 상승폭이 줄어 1.83% 상승에 머물렀다.
이날 장마감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아마존이 6% 이상 급락하는 바람에 TSC인터넷지수는 0.34% 하락했다. 아마존은 장마감후 인력 15%를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날 큰 폭으로 오르면서 나스닥의 상승세를 주도했던 컴퓨터가 이날은 약세로 밀렸다. 컴팩은 4% 오르면서 여전히 강세를 유지했지만 게이트웨이가 5.4% 하락하는 등 하락종목이 더 많았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제지, 소비재, 화학, 은행, 운송 등이 강세를 보였다. 이날 하락한 업종은 바이오테크, 유틸리티, 천연가스 정도에 불과했다.
특히 소비재 메이커인 프록터 앤 갬블(P&G)이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하면서 6%이상 급등했다. 또 AT&T, 듀퐁, 알코아, 제너럴 일렉트릭(GE), 하니웰, 인터내셔널 페이퍼 등이 오르면서 다우지수를 끌어올렸다.
◇미국 소비자신뢰지수 4년래 최저..금리인하 가속화 전망 = 미국의 1월중 소비자신뢰지수가 폭락하면서 4개월 연속 하락, 4년여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내일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뿐만 아니라 오는 3월에도 금리인하를 추가로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30일 미 컨퍼런스보드는 1월중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114.4를 기록, 전월의 128.6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소비자신뢰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96년 12월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내일 금리를 50bp가 아닌 75bp 인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코스닥선물,현물시장 영향력 미미 = 전날 상장된 코스닥선물이 투자자의 외면속에 하락세로 마감했다. 당초 현물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결과는 "설 익은 시장"이었다. 개인과 선물회사를 제외한 투자자가 당분간 시장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