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보험사기의 유혹[김안나 변호사의 시시각각]
by류성 기자
2022.04.16 09:25:06
[김안나 법무법인 울림 파트너 변호사] 보험금을 노리고 사람을 살해한 혐의로 공개 수배된 자들의 행각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고의로 보험사고를 발생시키거나 내용을 조작해 보험회사를 속이고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사기 범죄는 과거부터 끊임없이 존재해왔다. 생활고가 원인인 이른바 생계형 보험사기부터, 부부가 서로 짜고 살아있는 남편을 실종된 것처럼 꾸며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한 사건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보험사기는 특별한 사람들만 저지르는 범죄가 아니다. 일상에서 별다른 죄의식 없이 보험사기에 가담하게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사고와 관계없는 부분까지 수리를 권하는 자동차정비업체, 실비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한 뒤 쌍꺼풀수술 등 미용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병원의 권유에 응하는 경우도 보험사기에 해당한다. ‘주변에서 많이들 한다고 하니 괜찮겠지’ 하다가 자칫 보험사기죄의 공범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기업형 브로커 조직이 개입해 환자와 병원을 연결해주고 보험금을 편취하는 사례나 SNS를 통해 단기 고액 알바 등의 명목으로 보험사기 공모자를 모집하는 경우 등 더 조직적이고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고의적인 사고를 내거나 조작하는 보험범죄는 그 자체로도 형사처벌 대상이고 보험금까지 청구할 경우 보험사기죄도 성립한다.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보험사기의 유형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고의적인 보험사고 유발’이다. 살인·자해·차량의 고의 충돌 등이 그 예다. 처음부터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보험사고를 유발한 경우는 물론, 정상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이후에 보험금 편취의사가 생겨 보험사고를 발생시킨 것도 모두 보험사기에 해당한다.
그 다음으로 ‘보험사고의 위장’이다. 실제로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발생한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무보험 또는 무면허 운전자가 보험적용을 받기 위해 다른 사람이 운전한 것처럼 꾸미는 이른바 ‘운전자 바꿔치기’나 기존의 다른 사고로 인한 부상을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인 것처럼 속이는 행위, 노후한 휴대전화 교체를 위한 허위 분실신고 등이 이에 속한다.
‘사고 피해 부풀리기’는 가장 많은 보험사기 유형 중 하나다. 보험사고 자체는 우연적으로 발생했으나, 보험금을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해 실제보다 높게 피해규모를 과장하는 것이다. 실손보험에서 많이 나타나는 유형인데 대표적으로는 자동차 수리 견적 부풀리기, 의사에게 부탁하여 부상의 정도나 장해등급을 상향조정하는 행위, 경미한 사고임에도 장기간 입원하는 행위 등이 있다.
끝으로 고지의무위반과 같은 ‘기망적 보험계약 체결’이다. 보험회사는 계약체결 시 보험가입자에게 과거 병력, 현재의 건강상태, 직업 등을 확인하는데 가입자는 이에 관해 사실대로 말할 의무가 있다. 대법원은 특정 질병에 관한 진단을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 그 사실을 말하지 않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해당 질병의 발병을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사기죄를 인정했다. 보험사기죄 요건인 기망행위는 거짓말 등 적극적인 행위 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묵비 행위로도 성립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보험사기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보험사기로 인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거나 상습범으로 판단되는 경우 가중 처벌을 받게 되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 기간의 취업이 제한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보험사기가 들통나 실제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해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
한편 보험사기죄의 급증으로 정당한 상황임에도 억울하게 의심받는 경우도 발생한다. 보험금이 거액이거나 보험금 청구 횟수가 많다는 점을 이유로 보험사기 혐의를 받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무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뜻 보면 보험사기로 보이지만 범죄가 인정되지 않아 처벌을 면한 사례도 있다. 판례 중에는 사고 발생 경위를 사실과 다르게 꾸며낸 뒤 보험금을 지급받았음에도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이 맞고 사고 발생 경위를 사실대로 신고했더라도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허위신고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고지의무를 위반해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를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다. 사실관계나 법리적인 구성에 따라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 지점이다.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가입자는 납부한 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보험금을 받는다. 거액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기대가능성 때문에 불법행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보험사기는 위험을 분담하고 있는 다수의 보험가입자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고 건전한 사회 분위기를 해하는 범죄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기 범행에 대한 처벌은 점차 강화되는 추세이며 발각률도 매우 높다. 보험사는 AI(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금융감독원, 수사기관 등과 공조하여 보험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보험사들은 보험금 수령액이 소액인 경미한 보험사기까지도 적발해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초범이라도 구속 및 실형을 받을 수 있는 중대 범죄로 다뤄지므로 소액이라는 이유로 ‘사기 불감증’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김안나 변호사는…△사법연수원 42기 수료 △前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 본부 △前 삼정회계법인 TAX1 본부 △現 법무법인 울림 파트너 변호사 △現 한국지방세연구원 자문위원 △現 대법원 국선변호인 △現 온라인 교육기관 패스트캠퍼스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