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史 들추기]그 시절 어머님 필수템 '딤채'…근데 혹시 언제 사셨나요

by신중섭 기자
2021.09.04 08:00:00

최초 김치냉장고는 1984년 금성사 GR-063
1995년 출시된 '딤채' 계기로 시장 급성장
스탠드형·용량확대·다용도 변화로 수요 지속
2005년 이전 '딤채' 화재 위험…"리콜하세요"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발효과학 OO’, ‘디 오리지널 OO’. 이 광고 카피 문구들의 빈칸에 공통으로 들어갈 단어가 바로 떠오르시나요? 아마 30~40대 이상의 분들이라면 유추할 확률이 높을 겁니다. 정답은 2000년을 전후로 김치냉장고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딤채’입니다. 최초의 김치냉장고는 아니었지만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김치냉장고=딤채’라는 공식이 만들어질 정도였죠. 아직도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위로 뚜껑을 여는 방식의 오래된 딤채 김치냉장고를 보시는 분들도 적잖을 겁니다.

어머님댁에 딤채 김치냉장고 하나 놔드렸던 게 엊그제 같겠지만 어느덧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젠 수명이 다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아니나 다를까 그 당시 불티나게 팔렸던 딤채 김치냉장고에 진짜로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15년 이상 된 딤채를 ‘리콜’하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김치 없인 못 사는 한국인에게 이젠 완전히 새로운 ‘김칫독’으로 자리 잡은 김치냉장고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겠습니다.

1984년 최초로 출시된 금성사(현 LG전자)의 김치냉장고 신문광고. (사진=LG전자)
김치냉장고 하면 딤채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사실 최초의 냉장고는 현재의 LG전자(066570)인 금성사가 개발했습니다. 아이스박스와 비슷하게 생긴 이 김치냉장고(모델명 GR-063)는 생각보다 꽤 오래전인 1984년 3월 출시됐습니다. 거의 40년 전에 나온 제품인 만큼 용량도 45ℓ에 불과했는데요, 요즘은 500ℓ가 넘는 제품도 있으니 10분의 1도 안 됐던 셈이죠.

금성사의 김치냉장고는 ‘세상에 없던 가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지만 인기를 끌진 못했습니다. 이후 다른 회사에서도 김치냉장고를 선보이긴 했지만 판매율은 저조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치는 장독에 넣어 집 앞마당에 묻는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김치냉장고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건 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가 급속히 확산한 1990년대부터였습니다. 아파트는 장독을 보관할 앞마당이 없다는 점에서 단독주택과 달랐는데요, 이러한 틈을 포착해 ‘김치냉장고’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자동차 부품과 에어컨을 생산하던 ‘만도기계(현 위니아딤채(071460))’였습니다. 자동차 부품업체가 삼성·LG·대우전자 등 대기업이 꽉 잡고 있던 국내 가전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었던 거죠.

만도기계가 1995년 내놓은 ‘딤채’라는 이름의 김치냉장고 ‘CFR-052E’는 그야말로 ‘대박’을 치면서 김치냉장고를 대중화시키는 주역이 됩니다. 물론 출시 초반에는 판매량 4000대에 불과했지만 김치연구소를 설립해 쌓은 독자적인 기술력에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시제품을 판촉하는 ‘입소문 마케팅’까지 성공하면서 불과 3년 만인 1998년 20만대 판매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이후 딤채는 김치냉장고를 뜻하는 보통명사가 돼버립니다.

1995년 당시 만도기계가 출시한 ‘딤채 CFR-052E’ 김치냉장고(사진=위니아딤채)
1990년 후반부터는 대기업도 김치냉장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삼성전자는 1998년 김칫독을, LG전자는 1999년 서랍식 김치냉장고를 내놓으며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2002년 180만여 대가 팔리며 정점을 찍은 김치냉장고 시장은 지난해 판매량 110만대, 연 매출 1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김치냉장고는 뚜껑형에서 스탠드형으로, 김치 외에도 육류·와인 등 다목적 용도로 변화를 거듭했습니다.

요즘엔 일반 냉장고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삼성전자 비스포크와 LG전자 오브제 컬렉션 등 맞춤형 가전 콘셉트가 김치냉장고에도 적용돼 인기를 끌고 있는 모습입니다. 위니아딤채도 딤채 고유의 발효과학 기술은 물론, 대형 가전 최초로 디지털 프린팅 방식의 오로라퍼플, 샴페인 컬러메탈 등 한층 젊고 산뜻한 컬러를 입힌 신제품을 내놓는 등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김치플러스와 LG전자 오브제 컬렉션 김치냉장고(사진=삼성·LG전자)
최근 김치냉장고와 관련해 큰 이슈가 하나 생겼는데요, 바로 ‘화재’ 문제입니다. 바로 김치냉장고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딤채’ 김치냉장고에서 빈번하게 화재가 발생한 것인데요, 지난 5년간 한국소비자원 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김치냉장고 화재 296건 중 239건, 전체의 80%가 위니아딤채에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약 20년 전 구매한 냉장고지만 잔고장이 없어 오랜 기간 사용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노후화된 제품이 하나둘씩 문제를 일으킨 것이죠. 일반적으로 김치냉장고의 권장 안전 사용기간은 7년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해 보입니다. 더욱이 2000년대 전후로 워낙 많은 사람들이 딤채 김치냉장고를 구매했던 탓에 유독 위니아딤채에서만 많은 신고가 접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탓에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구형 딤채 김치냉장고 리콜을 공표, 현재 해당 제품 발굴과 리콜 서비스 접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상은 2005년 9월 이전에 생산된 김치냉장고입니다. 하지만 지난 16일까지 리콜 대상 제품 278만대 가운데 회수된 건 136만5000대에 그쳐 정부와 회사는 물론, 지자체까지 나서 각종 홍보수단을 통해 리콜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구매자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보니 자발적 반납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 이용자가 노인이라는 점도 낮은 회수율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위니아딤채에 구형 냉장고를 반납 시 보상프로그램도 진행한다고 하니, 2005년 9월 이전에 딤채 김치냉장고를 구매하셨던 분이라면 꼭 위니아딤채 홈페이지나 고객상담실 전화를 통해 리콜을 진행하시길 당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