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7명 "업종·기업별 금리 차별화…양극화 더 확대될 것"
by김재은 기자
2020.06.24 00:11:00
[코로나19 크레딧전문가설문](下)
A급 회사채 거래되며 스프레드 확대 전망
10명중 6명, A급이하 투자 가능하나 비중확대 어려워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크레딧시장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가 나이키형으로 회복할 것이라 전망했다. 주식시장이 V자 반등을 보이는 것과 달리 크레디트 시장은 올 하반기에도 업종과 기업별로 스프레드(금리차)가 차별화하며 양극화 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다.
코로나19 이후 A급 회사채가 여전히 소외되는 가운데 일부 기관들은 금리가 더 오른다면(채권 가격 하락) 업종 기업별로 A급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잠재적 수요는 일정부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향후 경기흐름은? 자료:이데일리 (단위: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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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데일리가 코로나19 관련 크레디트 전문가설문 결과 향후 어떤 형태의 경기흐름을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유효응답자 164명중 58명(35.4%)이 나이키형(Swoosh)을 꼽았다. 나이키형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로고 모양대로 반등을 하긴 하되 V자 회복은 물론 U자 회복에 비해 더딘 형태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즉, 상당기간 충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인 것이다.
이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3%가 나이키형의 경기 회복을 예상한 것과 비슷하다. 월가에선 당초 V자형 반등이 우세했지만, 점차 나이키형의 지지부진한 경기회복세 전망이 높아지는 추세다.
A운용사 채권담당이사는 “길게 볼 때 장기추세선을 회복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나이키형이나 U자가 예상된다”며 “올해 급격히 빠져서 내년에 회복되지만, 장기추세선을 밑도는 나이키형이 유력해보인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가 나이키형 회복세를 보인 바 있다.
나이키형에 이어 29.3%(48명)가 U자형 경기회복을 예상했고,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크게 낮아진 성장률이 유지되는 L자형 응답도 18.3%(30명)나 됐다. 코로나19 충격 이후 경기가 회복했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W자형도 13.4%(22명)가량 됐다.
다만 신용평가사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U자형 경기회복 응답이 40%(12명)으로 가장 많다. 뒤를 이어 나이키형이 33.3%(10명)였고, L자형(13.3%), W자형(10.0%) 순이었다.
신평사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금융시장은 V자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 치료제 개발의 불확실성, 금융시장에 비해 느린 실물경기 회복 속도 등을 감안할 때 U자형 경기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새로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했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이와 유사한 사건은 재발될 것”이라며 “향후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전세계, 국가, 사회 시스템 구축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반기 크레딧시장 전망에 대해선 전문가 10명 중 7명이 업종·기업별로 스프레드 차별화를 예상했다. 특히 크레딧 시장에서 안 좋은 건 거래 자체가 안 되는 만큼 추후 A급 회사채 거래가 일정부분 이뤄지며 그간 반영되지 못한 스프레드 확대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164명의 유효 응답자 중 114명(69.5%)은 하반기 크레딧시장이 업종별, 등급별로 양극화가 심화되며 스프레드가 차별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뒤를 이어 스프레드가 축소되며 안정화할 것이란 응답이 18.9%(31명)를 차지했고, 현 수준을 유지하며 보합권 흐름을 보일 것이란 응답이 7.3%(12명)였다. 스프레드 확대가 이어지며 약세를 지속할 것이란 응답은 3.0%(5명)에 그쳤다.
한 증권사 FICC센터장은 “하반기 시장심리는 안정화에 쏠려 있지만, AA등급 호텔업 등 우량등급에서도 업종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 저하기에는 같은 업종이더라도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 간 업종 내 차별화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A급 이하 크레딧물에 대한 견해에서 10명 중 6명(59.1%·97명)은 `업종별로 투자가능한 기업이 있지만, A급에 대한 비중확대는 어렵다`고 답했다. 뒤를 이어 19.5%(32명)가 `금리가 더 오른다면 투자 검토 가능하다`고 답했고, 14%(23명)는 `등급 하향 등 리스크가 커 투자가 어렵다`고 했다.
실제 코로나19이후 A급 회사채는 투자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다 보니 리스크가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본드웹에 따르면 현재 AA- 3년물 민평금리는 1.591%이고, A+ 3년물 금리는 1.791%로 AA와 A의 스프레드는 20bp(1bp=0.01%포인트)에 그친다. 3년 전인 2017년 6월 22일 AA-와 A+ 스프레드 67.6bp에 비해 3분의 1수준이 채 되지 않는 것. 하지만 실제 최근 수요예측에서 흥행한 SK건설(A-)의 3년물 발행금리는 상단인 3.8% 수준에서 결정됐다. `A0`등급인 OCI(010060) 역시 금리밴드를 개별민평 기준 -0.1%에서 +0.9%로 넓게 제시했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레딧 시장은 신용위험의 전형적인 회복단계를 보이고 있다”며 “4월 지원대책 이후 5월에 초단기물과 초우량물부터 스프레드가 축소됐고, 이 수요가 초우량 장기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만약 7월부터 저신용 회사채 매입(SPV)이 시작된다면 그때부터 A급 이하도 일정부분 경색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B운용사 크레딧 담당자는 “AA급은 채안펀드에 더해 최근 연기금이 매수에 나서며 민평금리보다 낮게 발행되고 있지만, A급의 경우 저금리 지속으로 지난해 이후 기관들이 상당히 많이 매입한 상태”라며 “기관들의 A급 추가 매수 여력은 많지 않지만, 업종이나 기업별로 일부 매수수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속기관별로 `금리가 더 오를 경우 A급 투자 검토가 가능하다`는 응답 비율은 보험이 30%로 가장 높았고, 은행 28%, 운용사 23%, 연기금 16%, 증권 14% 순이었다. `업종별로 투자 가능 기업이 있지만, A급 비중확대가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연기금이 68%로 가장 높았고, 증권 64%, 운용 63%, 은행 44%, 보험 30% 순이다.
연기금, 증권, 운용, 보험, 은행 등에 소속된 크레딧 애널리스트, 채권 매니저, 브로커, 투자은행(IB) 담당자 등 전문가 166명이 응답했고 이중 크레딧 업무 1년 미만인 2명을 제외한 유효응답자 164명의 설문 결과를 토대로 분석했다. 담당업무별로는 △크레딧 애널리스트 53명 △채권매니저 78명 △채권브로커 12명 △기타 21명이다. 소속기관별로는 △증권 66명 △운용 48명 △연기금 공제 19명 △보험 18명 △은행 10명 △기타 3명이다. 이와 별개로 국내 신용평가 3사에도 신용평가 업무와 이해상충이 없는 부분에 한해 설문을 진행해 30명의 유효응답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