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가이치' 주춤하지만… 보일러업계, 올해도 中시장 '고삐'

by김정유 기자
2019.01.17 05:00:00

경동나비엔, 최근 中시장 점유율 전년比 1.5배 확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메이가이치 주춤, 업계 긴장
성장잠재성에 귀뚜라미·대성쎌틱 등 올해 中공략 ‘지속’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경동나비엔 베이징 신공장 조감도. (사진=경동나비엔)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보일러업계가 연간 550만대(2017년 기준) 규모의 ‘세계 최대’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다시 고삐를 죈다. 기대를 걸었던 중국 정부의 ‘석탄개조사업’(메이가이치·가스보일러 보급사업) 추진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상태이지만, 국내 업체들의 현지 점유율이 조금씩 상승세를 이어가는 만큼 올해는 성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중국 내 공장 규모를 늘리거나 현지 유통업체들과의 협업을 확대하면서 영향력을 키워나갈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009450)의 지난해 3분기(누적) 중국 가스보일러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대비 1.5배 늘었다. 연간 550만대 규모의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점유율이 1년 만에 1.5배 늘은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최근 저렴한 가격으로 밀어붙이는 영세 중국업체들이 늘고 있는데다, 프리미엄 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유럽업체들까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 같은 점유율 확대는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아직 중국시장 점유율이 절대 수치로 봤을 때는 크지 않지만, 상승폭 자체는 의미가 있다”며 “지난해 메이가이치 사업이 다소 주춤했던 것을 감안하면 선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가이치는 석탄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가스보일러를 보급하는 사업으로 중국 정부가 2016년부터 추진했다. 2017년 한 해에만 380만대의 가스보일러가 발주됐을 정도로 규모가 큰 사업이다. 경동나비엔이 지난해 연간 30만대 규모로 중국 베이징 신공장을 증설하는 ‘공격적인’ 승부수를 띄운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 메이가이치 사업이 기대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중 무역전쟁 등 외부요인으로 인해 중국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데다, 도시가스배관 설치까지 늦어지면서 가스보일러 발주가 주춤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경동나비엔처럼 중국시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올해 국내 보일러업체들은 여전히 중국시장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장 잠재력이 워낙 큰데다, 메이가이치 사업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전반적인 상황 속에서도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어서다. 향후 메이가이치 사업이 다시 가속화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중국시장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점유율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 경동나비엔도 올해 중국에서 제품과 유통채널을 모두 현지화시키는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연간 30만대 규모의 베이징공장을 오는 2020까지 50만대로 추가 증설하고 중국 3대 유통업체인 오성전기와 협업을 강화, 유통채널의 현지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귀뚜라미는 올해 중국 내 신규 대리점 추가 확보로 유통망 강화에 나선다. 소매시장 수요 증가에 대비해 주요 보일러 유통지역에 소형대리점을 확대하고 상하이 등 남방지역 대도시엔 플래그십 매장을 추가 개설할 계획이다. 더불어 현지화를 위해 지역 도시가스업체들과 직접 거래방식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중국시장에서 친환경·고효율 제품 수요가 늘면서 콘덴싱 저녹스 보일러 판매가 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업체 대성쎌틱에너시스도 연간 생산능력 20만대 규모의 텐진공장에서 최근 제품 생산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중국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대성쎌틱은 핵심부품을 중국공장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부품들은 국내에서 들여와 품질과 효율성을 함께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들 보일러업체는 내수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것과 관련, 중국시장 공략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엔 가스공급 부족이나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메이가이치 사업이 업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대기 환경개선을 위해 석탄 사용을 줄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는 명제이기 때문에 중국시장은 여전히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성장해 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