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팁] 한 해를 위로 받다…가까워서 더 좋은 서울 낙조 명소
by강경록 기자
2018.12.08 03:04:53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2018년도 어느덧 저물어간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늘 그랬듯 아쉬움이 남는다. 일 년 내내 좋은 일만 생겼으면 좋았으련만,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다. 그동안 바삐 사느라 스스로를 다독일 시간이 없었다면, 연말의 하루쯤은 해넘이를 감상하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굳이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서울 도심에서도 근사한 낙조를 즐길 수 있다. 차갑게 얼어붙은 하늘을 따스한 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을 감상하며 나의 하루를, 나의 한 달을, 나의 한 해를 위로할 수 있는, 가까워서 더욱 좋은 서울의 낙조 명소를 소개한다.
◇봉산 해맞이 공원= 봉산은 조선 시대에 불이나 연기를 피워 도성에 소식을 알리는 봉수대가 있던 산이다. 한양 서쪽 능선의 무악 봉수(현재의 안산)로 연결되던 옛 봉수대는 사라졌고, 정상에 새로 복원된 2개의 봉수가 과거를 잇고 있다. 봉산은 좌우로 뻗은 산줄기가 마치 봉황이 날개를 펴고 앉아 있는 형상이라 하여 봉령산이라 불리기도 했다. 봉산의 높이는 207m로 작은 동산이라 여길 수 있지만, 막상 걸으면 경사진 오르막길이 많아 산은 산이구나 느끼게 된다. 산 정상에는 봉수대와 봉수정이라 이름 붙은 정자가 마주 보고 있다. 봉수대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북한산의 능선이 장쾌하게 늘어섰고, 그 아래 포근하게 둘러앉은 서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봉수정에서는 한강 방향으로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봉수정에 걸터앉아 은은하게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차분한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하기 좋다.
△아차산과 아차산성= 아차산에 오르면 한강 일대의 풍경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다. 산세가 험하지 않고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으므로 걷기에 좋다. 아차산성 길은 아차산 생태공원의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시작한다. 사철 푸른 솔잎은 찬 바람이 부는 겨울임에도 따스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솔숲을 지나 산성길을 오르다 보면 복원이 진행 중인 아차산성이 보인다. 삼국사기에 아단성 또는 아차성으로 기록되어 있는 아차산성은 입지 조건이 좋아 삼국시대부터 중요한 군사 요충지였다. 아차산성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커다란 암반 위에 세워진 고구려정이 나타난다. 암반이 산 밑으로 계곡물이 흐르듯 이어져 있다. 잠실 일대의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간다. 정자를 뒤로하고 조금 더 오르면 해맞이 광장이 나타난다. 전망대에 서면 잠실부터 남산을 지나 북한산과 도봉산까지 서울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해맞이 광장이 있는 능선 위로는 고구려의 군사 시설인 보루로 연결된다. 5개의 보루를 지나면 정상에 도착하는데 능선에 갇힌 정상보다는 해맞이공원이나 보루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더 좋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월드컵 공원에 있는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90년대까지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난초와 지초가 가득한 섬이어서 난지도라는 어여쁜 이름을 가진 곳이었으나, 1978년부터 이곳에 쓰레기 매립장을 만들었다. 서울에서 밀려오는 쓰레기가 쌓이고 쌓여 불과 15년 만에 100m에 가까운 두 개의 산이 만들어졌다. 악취가 풍기던 쓰레기 동산은 환경 재생사업을 통해 월드컵공원으로 탈바꿈하면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에서는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공원 입구까지 올라가는 맹꽁이 전기차를 탄다면, 수고로움 없이도 멋진 석양을 만날 수 있어 더 매력적인 장소이다. 공원을 산책하며 호젓하게 여유를 즐겨본다. 해가 질 때쯤 한강변을 따라 난 산책길을 걷다 전망대에 멈춰 선다. 석양은 붉은색 물감이 되어 풍경을 수채화 작품으로 변모시킨다. 가양대교와 방화대교 주변의 한강 풍경, 차량의 행렬이 길게 이어지는 올림픽대로, 캠핑장의 텐트가 늘어선 난지한강공원까지 온 세상을 짙게 물들인다.
△서래섬과 세빛섬= 서래섬은 동작대교와 반포대교 사이에 조성한 작은 인공 섬이다. 섬 안에 들어가면 두 발로 한강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한강의 잔잔한 물결 위로 멀리 보이는 서울 타워를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심이 멀리 벗어난 듯한 기분이 든다. 지나간 가을을 그리워하는 갈대의 마지막 흔들림을 즐기며 강을 따라 걷는다. 해가 뉘엿거리면서 노을빛이 서래섬을 따사롭게 감싼다. 노을빛이 나의 오늘을 토닥여준다. 잠시나마 걱정과 근심을 잊고 낙조를 즐긴다. 서래섬에서 반포대교 방향으로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세빛섬은 강 위에 3개의 건물을 짓고 다리를 연결하여 만든 인공섬이다. 세빛은 빛의 삼원색인 빨강, 파랑, 초록처럼 3개의 섬이 조화를 이루어 한강과 서울을 빛내라는 바람을 담은 이름이다. 한강으로 지는 노을과 함께 LED 조명으로 둘러싸인 세빛섬의 눈부신 야경을 감상하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