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 2차 발표..시장은 토지공개념 3법 부활로 읽는다

by권소현 기자
2018.03.22 05:30:00

靑, 대통령 개헌안 2차 발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근거 돼
시장질서 반하고 재산권 침해 소지
"저성장기 경제 전반에 파급력 클 것"
"국민적 공감대없이 명문화 안돼"

그래픽=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해소라는 개헌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본주의 국가에서 시장질서에 반하는데다 개인의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정부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노태우 정부 때 위헌 판결이 난 ‘토지공개념 3법’이 부활하고 정부가 검토 중인 보유세 인상 등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시장뿐 아니라 경제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몰고 올 토지공개념 도입을 여론 수렴 과정 없이 개헌안에 넣어서 발표한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21일 개헌안의 경제 조항을 공개하면서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토지공개념의 기본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토지 소유와 처분을 국가가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헌법에도 토지공개념이 반영돼 있다. 헌법 23조 2항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 122조는 “국가는 국민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토지와 관련한 재산권에 대해서는 별도로 명시된 부분이 없었다. 때문에 1989년 토지공개념 3법으로 불린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과 ‘토지초과이득세법’은 각각 위헌과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다. 자본주의 경제질서와 사유재산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가 토지공개념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개발이익환수법도 끊임없이 위헌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이번 개헌안에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구체화함으로써 토지 개발에 따른 이익 환수나 부동산 투자로 인한 소득에 과세하기가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토지공개념 3법이 부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위헌 논란에 휩싸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역시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된다.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이 제도가 위헌 소지가 있다며 현재 위헌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번 개헌안이 통과되면 소송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보유세 개편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종합부동산세 등 과세 체계의 수위도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과도한 개발이익에 대해 공공성을 좀 더 강화하는 차원으로 정부가 ‘토지공개념 명시화’ 카드를 꺼낸 것 같다”며 “토지공개념이 도입되면 주거 복지와 관련해서는 더욱 강화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지공개념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질서 차원에서 토지공개념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하면 당한 변화가 있을 텐데 국민적인 공감대 없이 개헌안에 넣은 것은 성급하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토지공개념은 사유재산권 침해을 가져올 수 있고 그로 인한 파급력 또한 크다”며 “이런 중대한 사안을 국민적인 공감대 없이 너무 서둘러 개헌안에 넣은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동산시장이 침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헌법까지 바꿔가면서 토지공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현재 경제가 저성장기에 접어든 가운데 자꾸 부동산이 넘어야할 산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토지공개념은 땅(부동산)에 관한 개인의 재산권을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제약할 수 있다는 게 핵심 논리다. 개인에게 토지 소유는 허용하되 각종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은 공공이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