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자할 곳 알려주는 '친절한 정부'

by권소현 기자
2018.02.23 06:0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느닷없이 ‘두더지 잡기’ 게임 영상을 틀었다. 여기 때리면 저기서 튀어나오고, 저기 때리면 여기서 두더지가 튀어나오는 영상을 보며 정부의 집값 잡기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잇달아 내놓는 부동산 규제책이 풍선효과를 불러오는 상황을 두더지 게임에 빗댄 것이다.

새 정부 들어 강남 집값 상승을 이끈 재건축을 타깃으로 잇단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이미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안전진단 강화 등 재건축에 대해 ‘3중 족쇄’를 채웠고, 여기에 재건축 연한 확대 가능성도 아직 열려 있다.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지 밀라는 강력한 경고인 셈이다.

당장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따른 부담금이 최대 8억4 000만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정부 발표에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는 호가가 뚝 떨어졌고, 국토부의 안전진단 강화 발표에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에선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등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규제를 피해 이미 재건축에 들어갔거나 입주한 지 얼마 안 된 새 아파트는 몸값이 치솟고 있다. 한쪽(재건축)을 누르니 다른 쪽으로 수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친절하게 투자 대상을 골라주는 꼴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오는 이유다.

특히나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강남권에서는 재건축이 거의 유일한 신규 공급원이다. 재건축을 틀어막으면 향후 공급 부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강남에서 살고 싶다는 대기 수요는 많고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도 강한데 공급이 원활하게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효과가 빠른 약은 독성이나 마약 성분이 있어 대부분 부작용이 있고 잠시 증상만 완화할 뿐이다. 근본적인 치료책이 아니다”는 김현아 의원의 지적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당장 닥친 상황만 보고 먼 미래를 보지 못하는 정책은 결국 시장 왜곡만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