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나선 현대중공업, '지주사 체제·오너3세 경영' 개막(종합)

by남궁민관 기자
2017.11.15 03:31:40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로보틱스 대표이사,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성세희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14일 사장단 및 자회사 대표이사 인사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 강화에 나섰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의 용퇴 결정과 함께 오너 3세 정기선 전무가 30대의 나이로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세대 교체’에 방점이 찍힌 모습이다.

우선 현대중공업(009540)은 기존에 대표이사를 맡아왔던 권오갑 부회장이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267250)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강환구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지주회사 체제 강화와 함께 각 사업별 계열사들의 독립경영도 함께 확보한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 권 부회장은 향후 지주회사 대표로서 새로운 미래사업 발굴과 그룹의 재무 및 사업재편, 대외 활동 등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지주회사 체제 강화와 함께 특히 ‘세대교체’가 이번 인사의 키워드로 꼽힌다. 앞서 전세계 조선업의 위기 속에 현대중공업의 경영전반을 이끌었던 최 회장의 용퇴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최 회장은 “아직 회사가 완전히 정상화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이제는 후배들의 힘으로 충분히 현대중공업이 재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용퇴를 결정하게 됐다”며 소감을 밝혔다.

최 회장은 1946년생으로 197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약 40여년을 조선소 현장을 지켜온 한국 조선업의 산증인이다. 2009년 현대중공업 사장을 끝으로 퇴임했지만, 2014년 조선업 위기극복을 위해 다시 현대중공업 회장으로 복귀해 조선, 해양 부문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다.

이와 함께 오너 3세 정기선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점 역시 세대교체 인사라는 평가에 힘을 보탰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 부사장은 앞서 현대중공업에서 선박영업부문장 및 기획실 부실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경영수업을 받아왔으며, 이번 인사를 통해 현대글로벌서비스 공동 대표이사도 맡게 돼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정 부사장은 선박영업부문장 및 기획실 부실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를 미래 핵심사업으로 육성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인사는 정몽준 이사장 행보와도 무관치 않다. 정 이사장은 지난 8월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에 대비해 현대중공업 주식을 전량 처분하고 지주사가 될 현대로보틱스 주식을 사들였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정 이사장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율은 기존 10.2%에서 25.8%로 높아졌다.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가 되려면 공정거래법상 분할 상장 후 2년 안에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해야 한다. 현대로보틱스는 분할 상장 약 넉 달 만에 지주사 요건을 갖췄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로 분할해 상장했다. 또 현대중공업은 분할 후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재편키로 했다.

현대로보틱스가 지주사로 자리 잡으면 정 이사장은 지주사 최대 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정 이사장이 현대로보틱스로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면 지배 구도는 안정적으로 자리잡힌다. 동시에 장남인 정 부사장이 그룹을 승계하는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계열사 인사로는 주영걸 현대일렉트릭(267260)&에너지시스템 대표와 공기영 현대건설기계(267270) 대표가 각각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현대중공업 정기선 전무는 지난해 말 분사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이사 부사장에 내정됐으며, 안광헌 현(現)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이사로서 회사를 이끌게 된다.

계열 자회사 대표의 교체도 함께 단행됐다.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대표에는 강철호 현대건설기계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현대E&T의 새 대표에는 심왕보 상무, 현대중공업모스에는 정명림 전무가 각각 전무와 부사장으로 승진, 새 대표로 내정됐으며 현대힘스 대표에는 현대중공업 오세광 상무가 내정됐다. 이들은 각각 주총을 거쳐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