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고점 찍었나…달러투자 발 빼는 개미들(상보)

by권소현 기자
2017.01.17 06:00:00

달러·RP잔액 감소세
차익실현 움직임 두드러져

달러예금과 환율추이 그래프. [자료=한국은행]
기관간 달러 RP 월말 잔액. [자료=한국은행]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환율 오를 만큼 올랐나. 강(强)달러를 예상하고 달러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이 달러에서 발을 빼고 있다.

달러 예금은 넉 달째 감소세를 보였고 달러 환매조건부증권(RP), 달러선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달러가 오르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 인기도 시들한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이 1200선을 오가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많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달러화 예금은 지난달 말 496억 6000만달러로 한 달 새 23억 7000만달러 줄어 7개월 만에 500억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개인 달러예금은 86억 3000만달러로 4억 1000만달러 감소했고 기업 달러예금 역시 410억 3000만달러로 19억 6000만달러 줄었다.

기업 달러예금은 무역대금 결제를 위해 인출한 영향이 컸고 개인의 경우 원·달러 추이에 따라 반응했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평균 1163.22원에서 12월 평균 1183.30원으로 20원 뛰었다. 12월 한때 1210원을 넘기도 했다.

다른 달러 투자상품도 마찬가지다. 예탁결제원이 집계하는 기관별 달러표시 RP 잔액은 작년 11월 말 기준 12억 7830만달러로 고점이었던 지난 8월 14억 6830만달러에 비해 13% 줄었다.

주로 증권사가 판매한 달러 RP는 2015년 초에 잔액 28억달러를 웃돌다 작년 들어 20억달러 밑으로 떨어졌지만 작년 6월 13억 9000만달러에서 바닥을 찍고 늘어나는 추세였다. 하지만 다시 9월부터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달러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달러가 약세일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인버스 ETF 설정액은 눈에 띄게 늘어난 반면 강세일 때 수익을 내는 ETF 설정액은 줄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3일 기준 키움KOSEF 미국달러선물인버스와 달러선물인버스2X ETF 설정액은 각각 12월 초에 비해 15억원, 70억원 증가했다. 원·달러가 하락하면 두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인버스2X 상품이 더 인기가 많았다는 것은 환율이 고점을 찍고 하락할 것으로 확신한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반대로 환율이 오르면 수익을, 떨어지면 손실을 입는 키움KOSEF 미국달러선물과 달러선물 레버리지 ETF 설정액이 175억원, 100억원 줄었다. 실제로 이달 들어 달러선물 인버스 ETF는 2~4%대 수익을 올린 반면 달러선물 ETF는 2~4% 손실을 냈다.

강달러 전망에 투자유망 자산으로 꼽혔던 미국 펀드로의 자금유입도 주춤한 상황이다. 제로인에 따르면 이달 들어 13일까지 해외 주식형 펀드 중에 북미주식 펀드에서 14억원이 유출됐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고수하면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약달러를 유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율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도 달러 강세에 대한 베팅을 주춤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