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이 된 몸짓…오르골 만난 강강술래

by장병호 기자
2016.11.25 00:20:00

국립국악원·국립현대무용단 ''춤의 연대기''
''전통의 현대화''를 넘어선 실험·협업 모색
''조절하다'' ''강가앙수울래애'' 두 작품 묶어
"전통은 보존만큼 변형과 해석도 중요"

2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진행한 ‘춤의 연대기’ 시연회 ‘조절하다’의 한 장면(사진=국립현대무용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바닥에 쓰러져 있는 무용수는 또 다른 무용수를 만나 활이 된다. 팽팽해졌다가 느슨해지는 활시위처럼 두 사람의 몸짓과 거리도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한다. 거문고의 중저음, 가야금의 맑고 청아한 소리가 이들의 춤과 조화를 이룬다.

막이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면 스무 명의 무용수가 회전무대 위에서 원을 이룬 모습으로 등장한다. 회전이 멈추자 이들은 서로 다른 춤을 추며 흩어졌다가 뭉치기를 반복한다. 전통놀이 ‘강강술래’를 연상케 하는 무용수의 움직임이 오르골 음악과 함께 낯설면서도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통과 현대가 음악과 무용을 매개로 만난다. 오는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 오르는 ‘춤의 연대기’다. 국립국악단과 국립현대무용단이 함께 제작한 공연이다. 전통의 재발견과 현대무용의 실험과 모색을 통해 ‘전통의 현대화’와 같은 기존 프레임을 넘어선 협업을 도모하기 위해 기획했다.

두 작품을 묶어 선보인다. 박순호 댄스프로젝트를 이끄는 안무가 박순호와 국립국악원 연주단이 함께한 ‘조절하다’,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 안무하고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출연하는 ‘강가앙수울래애’다. 24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한 시연회로 두 작품을 먼저 만났다.



‘조절하다’는 현대무용과 전통음악의 만남을 보여준다. 그동안 ‘활’이란 소재, ‘활쏘기’란 움직임에 대해 오랜 관심을 가졌던 박 안무가가 국악 현악기 연주법 중 하나인 농현(왼손으로 줄을 짚어 원래의 음 이외의 여러 가지 장식음을 내는 기법)을 소재로 삼았다. 몸을 활로 설정하고 농현이란 요소를 더해 다양한 몸짓을 보여준다. 무용수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조절 속에는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강가앙수울래애’는 전통의 춤사위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재해석한다. ‘강강술래’에 내재한 춤의 요소에 초점을 맞춰 ‘우리 몸이 기억하는 춤과 그 춤을 기억하는 우리의 몸’이란 주제를 담았다. ‘원’이란 완벽한 형태에서 시작해 서로 다른 몸짓 속에서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가는 무용수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과거·현재·미래가 모두 담겨 있는 몸’을 강조하기 위해 오르골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다.

2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진행한 ‘춤의 연대기’ 시연회 ‘강가앙수울래애’의 한 장면(사진=국립현대무용단).


주제도 성격도 전혀 다른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를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건 전통과 현대의 단순한 만남을 넘어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작업 덕분이다.

시연회를 마친 뒤 만난 안 감독은 “흔히들 전통은 전시관에 넣어 둔 박제처럼 여긴다. 하지만 전통은 재해석하는 순간 지금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전통은 보존도 중요하지만 변형과 다른 해석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의 변형과 해석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제목처럼 ‘춤의 연대기’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