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車강국 한국 자율차는 10위권 밖..5년 격차를 줄여라

by임성영 기자
2016.10.13 06:00:00

자율주행차 시장 큰 판 열린다…세계 車·IT업계 합종연횡도 빈번
‘기술력+인프라+정부’ 모두 뒤처져…기술 수준 격차 1.4년
임시운행 테스트도 쉽지 않은 한국

[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자율주행차 시대를 목표로 전 세계 완성차 업체를 비롯한 IT 업계가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발맞춰 각국 정부도 빠르게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국내에선 이르면 내년 초 산학연구팀 주도로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차 시험 모델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해외 기업과의 격차 줄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2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35년엔 세계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의 25%가 자율주행차일 것이며 시장 규모는 연간 770억달러(약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는 연간 약 8500만대이며 매출로는 2조달러(2248조원)규모다.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메르세데스-벤츠, GM, 포드, 도요타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뿐만 아니라 구글 인텔 바이두 등 IT업체도 뛰어들었다. 자율주행차는 기존의 자동차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의 결정체인 만큼 IT업체에 매력적인 시장이다.

자율주행 차를 향한 산업과 국경을 뛰어넘는 합종연횡(合從連衡)도 빈번하다. IT업계 공룡인 구글은 지난 2014년 아우디·혼다·GM·현대차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연합체인 ‘열린자동차연합(OAA)’을 조직했다. 이미 180만㎦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한 상태다. 애플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10여 개 완성차 업체와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는 창안(長安)자동차·치루이(奇瑞) 자동차 등 자국 내 자동차업체뿐 아니라 BMW와도 손잡고 자율주행차 개발에 한창이다. 일본 역시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기술이 빠른 속도로 진일보하자 각국 정부도 서둘러 자율주행차 관련법을 제정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해 일반도로에서의 시험운행을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특히 자동차 대국인 미국 정부가 적극적이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주는 ‘안전운전 관리자’가 없는 무인자동차의 시험 운행을 허용했다. 미시간주에선 무인자동차를 판매하고 소비자가 일반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자율주행 차를 위해 고속주행하는 세계적인 흐름과 달리 국내 기업과 정부는 한 박자 늦은 템포로 뛰고 있다. 강소라 한국경제원 연구원은 “자율주행차 산업은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와 시스템을 개발하는 ICT 업체뿐 아니라 차량 주행을 위한 도로와 네트워크 인프라 구출, 기술표준 마련, 법제도 개선 등을 담당하는 정부까지 산업 생태계 내에서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갖고 발전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술력과 정부의 제도 개선 등 모두 경쟁국들보다 뒤처진다는 분석이다. 자율주행 차 기술 부문에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의 83.8% 수준으로 1.4년의 격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국내 자율주행차 개발 기술은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율주행 법 제정과 관련해선 2011년 시작한 미국과 비교하면 5년가량이 늦은 셈이다.

이에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험 운행구간 지정방식을 금지 구간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해 지정구역에서만 운행하도록 했던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구간을 전국으로 확대한 것. 미래부도 자율주행차 통신용 주파수 공급에 나섰다.

자율주행 시험도시 K-시티
정부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역시 부족하다는 평가다. 시험운행 도로는 확대됐으나 허가 요건이 여전히 까다롭다는 것. 현행법상 자율 주행 차를 운행할 때 고장감지장치, 경고장치, 운행기록장치 등을 반드시 탑재해야 한다. 구글 버블카는 핸들 없이 버튼으로만 작동하기 때문에 국내에선 임시 주행조차 할 수 없다. 또 운전자를 포함한 2인 이상이 탑승해야 한다는 규제 때문에 국내 회사는 무인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더라도 임시운행 테스트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넘어가야 한다. 법 개정엔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규제자유지역(규제프리존) 특별법 등을 통해 시급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차를 실험하기 위해 실제 주행환경과 같은 실증단지를 확충도 필요하다. 정부와 현대모비스가 나서 실험도시 구축을 진행 중이지만 역시나 규제로 완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 미시간 대학 내에 약 13만㎡(약 3만9325평) 규모의 자율주행 도시 M-시티를 구축를 본떠 실험도시 ‘K-시티’를 2018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K-시티보다 3배 넓은 110만㎡(31만평) 규모의 서산주행시험장을 오는 10월 완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둘 다 도시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은 임시 건물 들이 일반 건축물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으면서 완공에 문제를 겪고 있다.

자율주행차 사고의 입법 공백에 대비하기 위해 차량의 특성을 반영한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독보적인 기술력 확보’를 추구하는 국내 기업들의 특성도 문제로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는 다양한 산업이 복합된 기술 집약체로 기술적인 협력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특성상 나혼자 독보적으로 해야한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자율주행 차 개발을 위해선 이러한 부분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자율주행차=운전자가 탑승한 상태에서 조작 없이 목표지점까지 스스로 주행환경을 인식해 운행하는 자동차.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차와 구별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레벨 0~4까지 5단계로 구분하는데, 업계 최고 수준은 현재 3, 대다수 업체는 2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