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KAIST 세계화 무기는 '도전'과 '모험'

by박진환 기자
2016.05.12 06:00:00

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장

지난 4월 남산 하얏트 호텔에는 세계 6대륙 이공계대 총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프랑스의 최고 이공계 대학인 에꼴 폴리테크닉대부터 이스라엘의 테크니온대, 홍콩 과학기술대 등 60여개 학교 150여명의 총장이 모인 이유는 KAIST 주최 ‘제7회 연구중심대학 총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KAIST 연구중심대학 총장회의는 2007년 KAIST가 영국 QS 주관 세계대학 랭킹 평가에서 232위에 머무르자 어떻게 하면 국제적인 인지도를 올릴 수 있을까 고심 끝에 탄생했다. 당시 KAIST 홍보국제처장을 맡았던 필자는 ‘매년 대학 랭킹을 30단계씩 올린다’는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포털사이트를 검색해보면 ‘대학총장회의’가 적지 않게 열리고 있지만 정작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008년 9월 8일 첫 회의 개최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다른 총장회의와 차별화를 위한 전략을 세웠다. 하나는 참석대상을 연구중심대학으로 한정하고 대학의 국제화를 위한 복수학위제 도입, 우수 연구원 겸임근무제 등 실질적인 논의 주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참가하는 총장들에게 등록비를 받는 것이었다. 당시 서남표 KAIST 총장은 “어떤 총장이 등록비를 내면서 회의에 참석하겠느냐”고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등록비를 낼 만큼 가치가 있는 회의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 지속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고 결국 합의를 이끌어 냈다.

연구중심대학 총장회의의 시작을 복기하는 이유는 최근 이 회의에서 시작된 뜻밖의 기쁜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2008년 처음으로 개최된 회의에는 70여명의 해외 책임자가 참석했고, 발표자 중에는 미국항공우주국 에임즈연구소(NASA Ames)의 이본 펜들턴 박사도 있었다. 그는 향후 KAIST 박사 졸업생이 에임즈연구소에서 연구할 수 있는 ‘NASA·KAIST 박사후과정’을 개설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준 고마운 분이다. 2009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도 KAIST 김태민 박사와 한진우 박사 같은 젊은 연구자들이 NASA 에임즈에서 정규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세계대학의 랭킹을 올리기 위해 시작한 회의였지만 다양한 국제화 전략을 접목하며 내실을 키웠기에 이런 낭보도 들을 수 있었다. 더불어 KAIST의 대학랭킹도 198위, 132위를 거쳐 최근 43위까지 상승했고 단과대학 별도 랭킹에서는 올해 공과대학 13위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거뒀다. 또 첫해 주요 논의 주제였던 복수학위제는 현재 조지아공대, 아헨공대, 동경공대 등과 체결됐으며 다른 많은 대학이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있다. 잘 알다시피 우리는 갈림길에서 반드시 한 쪽 길을 택해야만 한다.

다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길이 바른길이길 희망할 뿐이다. 미지의 길을 걸어가면서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도 한다. 젊은 과학기술자들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며 후회하지 않기를, 또 혹 잘못된 길에 들어서 헤매더라도 실패에서 미래의 희망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기계연구원도 KAIST의 사례를 보며 성공적인 국제화를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2014년 미래기계기술포럼 코리아(IFAME)를 개최해 기계기술분야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며 국제포럼을 주관한 데 이어 오는 8월 다시 한 번 기계기술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협력의 장을 펼칠 계획이다. 시작은 작지만 방향을 제대로 설정했다면 언젠가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결실을 거두는 날이 올 것이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