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 가다 ⑩] 서울 영등포을 고토회복 권영세 vs 재선 도전 신경민, 박빙 승부

by선상원 기자
2016.03.03 06:00:00

새누리당 권 후보, 영등포 위해 크게 써달라고 ‘큰 인물론’ 설파
더민주 신 의원 “현안 해결 해냈다”며 성과 강조, 야권연대 나서
국민의당 김종구·진재범 후보 나서… 선거권 있는 중국동포 변수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4·13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국회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을은 아직 선거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여의도동과 신길동(1·4·5·6·7동) 대림동(1·2·3동)으로 이뤄진 영등포을 선거구는 강남과 강북이 섞여 있는 서울 축소판이다. 여의동은 여당 강세지역으로 유권자 성향이 강남과 같다, 신길동과 대림동은 야당 우세지역으로 19대 총선 때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신 의원의 우세를 장담하기는 힘들다. 16대 재보궐선거 때 정치권에 입문해 내리 3선을 한 권영세 새누리당 후보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17~19일 사흘간 여론조사기관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영등포을 유권자 600명을 대상으로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후 2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권 후보 35.6%, 신 의원 31.0%, 국민의당 진재범 후보 10.5%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당 후보로 김종구 아시아사랑 나눔 총재를 넣으면 권 후보 34.8%, 신 의원 31.7%, 김 후보 13.2%였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강1약 구도다. 야권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일 수도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중앙 무대에서 역량을 발휘해온 권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권 후보는 “3년 동안 중국 대사로 나가 있고 대선 준비하느라고 지역하고 떨어져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반겨줘서 열심히 다니고 있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당 지지율보다 낮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같은 조사에서 새누리당 43.4% 더민주 23.0% 국민의당 10.3%로 당 지지율이 권 후보 지지도보다 8%포인트 가량 높았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박 모(54 여)씨는 “큰 인물이라는 권영세 그 사람은 몇 번 했는데, 해놓은 일이 없다”고 전했다. 대림2동 중앙시장에서 장사하는 김 모(60)씨는 “당보고 찍는거지, 사람보고 찍으면 안 찍는다. 개인 표가 별로 없다. 권 후보가 떨어진 후 낙선인사도 없이 휙 가버렸다”며 쓴소리를 했다.

권 후보도 주민들과의 스킨십에 힘을 쏟고 있다. 기자가 찾았던 지난달 29일에도 시간을 쪼개가며 신길6동 주민들을 만났다. 권 후보는 “정치를 오래한 사람에 대해 쉽게 공격할 수 있는 것이 한 게 없다는 거다. 이번에는 장황하더라도 ‘뭐 했다’고 알릴려고 한다. 다른 무슨 전략보다도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세 새누리당 후보가 지역주민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신경민 의원은 지역현안을 해결하고 약속대로 품위있는 정치를 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신안산선과 신림선 착공과 남부도로사업소 이전, 노후아파트 재건축 추진 등이 대표적인 4대 이행 공약이다.

여의도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임 모(68)씨는 “신경민은 발로 많이 뛰고 일을 했다. 누가 될지 모르지만 신 의원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물론 불리한 여건도 있다. 야당 우세지역인 신길동이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해 이주하는 세대들이 많다. 뉴타운 16개 구역 중 일부는 취소됐지만 5·7·11·14 구역은 아파트가 건립중이다. 세대수만 2000세대가 넘는다. 일여다야 구도를 만드는 국민의당 후보도 마이너스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도 야권이 분열되면서 권 후보가 당선됐던 적이 있다. 당시 권 후보가 43.38%로 열린우리당 김종구 후보(41.67%)를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 신길6동서 만난 정 모(65)씨는 “(국민의당 후보를) 무시 못한다. (김종구는) 지역 토박이로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40년 동안 영등포에서 살아온 국민의당 김 후보는 “나웅배 의원부터 30년 가까이 낙하산 공천이 이뤄졌다. 중앙에서는 활동을 많이 했는데 신길동 대림동은 변화가 없다. 사람이 바뀌어야 지역이 발전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변호사인 진 후보도 “영등포를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며 “국가 이익과 주민 이익을 대변하는 진실하고 당당한 후보가 되고자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누가 국민의당 후보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신 의원은 “후보경쟁력에서는 별로 걱정을 안 하는데, 선거구도가 문제다. (그쪽하고) 지역차원에서도 열심히 대화를 하고 있다”며 야권연대 추진의사를 분명히했다.

당락을 결정지을 또다른 변수는 중국 동포들의 표심이다. 대림2동에만 1만여명의 동포들이 거주하는데, 이중 7000-8000명이 선거권을 갖고 있다. 영등포을 주민이 16만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 때 재외동포정책 혜택을 받았던 중국동포들은 전통적으로 야당 지지세가 강하지만, 주중 대사를 지낸 권 후보에게도 우호적이다.

대림2동 이 모(45)씨는 “권 후보가 인물은 인물이다. 주중 대사를 다녀와 조금 이롭다. 예전에는 야당 판이었는데 달라졌다. 젊은 층과 나이 많은 세대의 표심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역주민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