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송이라 기자
2015.02.01 08:00:00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아기 기저귀를 처음 갈아본건 출산하고도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기저귀 갈아볼 조카가 없었을 뿐더러 출산을 한 후에도 아기가 있는 신생아실에서 기저귀를 갈아만 줬지 누구도 내게 기저귀 가는 법을 가르쳐주진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배울 것도 없지만 말이다)
기저귀를 하루빨리 갈아봐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던 어느 날, 사건은 터지고야 말았다.
조리원에는 아침, 저녁으로 1시간씩 신생아실 청소시간이 있다. 그 시간에는 엄마가 아기를 무조건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두려운 마음으로 아기를 받아든지 얼마되지 않아 어디선가 솔솔 향기가 올라왔다. 아기가 응가를 한 것이다. 오줌 기저귀도 아직 제대로 실습 못했는데 처음부터 응가라니..눈앞이 깜깜했다. 결국 난 인터넷을 뒤졌고 친절히 설명돼있는 ‘기저귀 가는 법’을 보고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내가 가진 육아지식의 8할은 글로 배웠다. 이제와 하는 얘기지만 기저귀 가는 법도 모른채 애를 낳다니 참 무식하면서도 용감했다. 직장에 다닌다는 이유로 그 흔한 ‘태교교실’도 제대로 찾아 다니지 않았고, 어쩌다 참석한 수업에서는 예방접종에 대한 설명에 ‘저게 다 뭔소리야..’라며 꾸벅꾸벅 졸던 나였다.
임신 중에는 정말 애만 낳으면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출산은 시작이고 그 이후 아기에 관한 모든 건 엄마가 총책임자가 돼야 했다. 모유와 목욕, 수면교육 등에서부터 유모차, 카시트, 아기띠 등 아기용품 선택에 이르기까지 내가 알아야할 정보는 끝도 없었다. 양가를 통틀어 첫 출산인 나는 물려받은 것도 없어 그야말로 ‘무(無)’에서 육아를 시작했다.
한번은 80일 즈음, 아기가 갑자기 모유수유를 거부하고 분유만 먹겠다고 생떼를 썼다. 젖만 물리면 몸을 활처럼 꺾어 자지러지는 애랑 씨름하느라 수유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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