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고 쓰고 담고 비추고…생활로 들어온 예술

by김용운 기자
2014.12.19 06:42:00

디자인미술관 '파리, 일상의 유혹' 전
- 18세기 프랑스 귀족 저택 콘셉트
- 은세공식기·필기구 등 320점 전시
코엑스 '2014 공예트렌드페어' 전
- 조명스탠드·생활도자기 등
- 현대인 맞춤형 공예품 선봬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 특별전 ‘파리, 일상의 유혹’에 등장한 침실 ‘피이어드 룸’의 전경(사진=크리에이션랩 알리스).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물을 담거나 식기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난 후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작품’이 됐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우리의 청자와 백자는 처음부터 예술적인 목적이 아니라 실용적인 용도로 제작됐다. 점차 장인에 의해 미적인 아름다움이 스며들며 특별한 물건으로 대접받기 시작한다. 그 전통은 현대에까지 이르러 디자인으로 정립되기 시작했고 결국 예술과의 경계마저 모호해지며 ‘공예품’으로 자리매김한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 특별전 ‘파리, 일상의 유혹’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4 공예트렌드페어’는 각각 18세기 프랑스 상류사회의 공예품과 현대의 최신 작품을 비교해 공예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공예품’ 둘러싸인 프랑스 귀족의 일상…‘파리, 일상의 유혹’ 전

19세기 중반 산업혁명의 물결이 유럽을 휩쓸면서 프랑스 공예장인들은 대량생산의 파고 속에 자신들이 손으로 만든 다양한 고급용품의 전통이 끊어질 것을 염려한다. 이에 귀족과 자본가와 손잡고 박물관을 설립한다. 중세 이후 장인이 만들어낸 각종 가구와 도자기, 금은세공품, 보석, 의류 등을 망라한 박물관의 이름은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 파리 루브르 궁에 자리잡은 장식예술박물관은 현재 5만여점의 소장품과 장서 16만여권을 보유하며 프랑스 공예예술의 본산을 자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 전시를 위해 320점이 날아왔다. 전시장은 국립로댕박물관을 모티프로 연출됐다. 1728년 건축된 로댕박물관은 18세기 유명한 부르주아였던 페이랑크 드 모라스의 저택이다. ‘파리, 일상의 유혹’이란 부제처럼 관람객들은 18세기 귀족의 저택으로 초대를 받아 집안을 둘러보는 식으로 구성됐다. 덕분에 귀족 저택의 현관과 복도, 응접실과 식당, 서재와 침실 등 저택의 방마다 놓인 공예품을 원래의 제 위치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 가구장인 므뉘지에가 만든 서랍장(사진=크리에이션랩 알리스)




예컨대 식당에는 은세공으로 치장한 ‘1인용 식기세트’가, 침실에는 안주인이 사용하던 ‘머리손질용 하트 의자’, 서재에는 집주인이 쓰던 ‘서랍이 접히는 책상’과 ‘필기도구세트’가 놓였다. 여인만을 위한 공간이었던 ‘부두아’에는 요즘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의 실내 인테리어 원형을 볼 수 다. 백자에 푸른색 화초 무늬가 새겨진 ‘가발 보관대’와 요강으로 쓰인 꽃무늬가 화사한 ‘부르달루’ 등을 보면 사소한 일상품조차 화려하고 감각적인 것을 선호했던 당대 귀족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전시를 위해 방한한 올리비에 가베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장은 “완벽하게 재현된 공간 속에 프랑스 귀족이 실제로 사용하던 장식예술품과 공예품을 배치했다”며 “박물관으로서는 최초의 아시아전시인 만큼 프랑스 문화재급 소장품을 엄선했다”고 말했다. 내년 3월29일까지. 일반 1만 3000원, 청소년 1만 1000원. 02-584-7091 .

18세기 프랑스 귀족 저택에서 사용하던 은물병과 수반(사진=크리에이션랩 알리스)


▲체온에 담은 공예의 친근함…‘2014 공예트렌드페어’

올해로 9회째를 맞은 ‘2014 공예트렌드페어’는 다양한 현대 공예품을 둘러보고 구입도 할 수 있는 ‘큰 시장’이다. 이번에는 40여명의 작가가 참가한 ‘공예온도 36.5도’라는 주제관을 내세워 기획공모를 통해 선정된 공예작가 100팀의 창작공방관, 국내외 갤러리 소속 작가의 공예품을 볼 수 있는 갤러리관으로 꾸몄다. 여기에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호평을 받았던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귀국전이 관람객을 맞는다. 1868년 설립돼 6000여명의 공예작가와 공방이 소속된 프랑스 아뜰리에 아트 프랑스와 함께 영국공예청과 대만의 중화민국전국상업총회 등 해외 3개국 공예 관련 기관의 초청전도 함께 열린다.

따라서 목가구, 생활도자기, 보석함, 조명스탠드, 주방용품, 장신구 등 당장 일상에서사용할 수 있는 친근한 공예품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다. 전시기획을 맡은 손문수 큐레이터는 “빠름의 세상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느껴보고 싶은 시대다”라며 “온화와 소박함, 여유로움을 바탕으로 일상 속 예술로서의 공예가 주는 친근감을 보여주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코엑스 A홀에서 21일까지. 8000원. 02-6002-8300.

‘2014 공예트렌드페어’에 출품된 권진희 작가의 그릇(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14 공예트렌드페어’에 출품된 김대건 작가의 조명스탠드(사진=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