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신중한 테이퍼링 개시.."통화부양기조는 지속"(종합)

by이정훈 기자
2013.12.19 06:25:57

자산매입 100억불 축소..국채 50억불-MBS 50억불씩
올 성장전망 높이고 실업률 낮춰..금리인상 전망 더 늦춰
버냉키 "테이퍼링, 출구전략과 무관..추가축소도 신중히"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지난 여름부터 시기를 저울질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끝내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을 시작했다.

축소 규모는 매달 100억달러로 크지 않았고, 앞으로 자산매입 규모를 더 줄일 수 있다고 예고하면서도 그 판단은 신중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향후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오히려 더 늦췄고 테이퍼링과 무관하게 통화부양 기조도 이어가겠다고 재확인했다.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이틀간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성명서를 통해 현재 매달 850억달러씩 투입하고 있는 자산매입 규모를 100억달러 줄여 750억달러로 낮춘다고 밝혔다. 국채 매입규모를 50억달러 줄여 400억달러로 낮추고, 모기지담보증권(MBS) 매입도 50억달러 줄어든 350억달러로 조정했다.

또 “앞으로 실업률이 더 개선되고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에 더 근접할 경우 자산매입 규모를 더 줄일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같은 연준의 테이퍼링은 최근 경제지표 호조로 경기 전망에 대한 낙관론이 커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연준 실무진은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실업률 전망치도 더 낙관적으로 제시했다. 실무진은 이날 FOMC 회의에 보고한 경제전망을 통해 올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9월의 2.0~2.3%에서 2.2~2.3%로 상향 조정하고 내년 전망치는 2.9~3.1%에서 2.8~3.2%로 범위만 조정했다. 실업률 전망치도 올해 7.1~7.3%에서 7.0~7.1%로 더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고 내년 전망치도 6.4~6.8%에서 6.3~6.6%로 낮췄다.

반면 인플레이션 전망은 더 낮췄다. 9월에 1.2~1.3%로 제시했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지수를 1.1~1.2%로 하향 조정했고, 내년 전망치도 1.5~1.7%에서 1.4~1.6%로 하향 조정했다.

이같은 테이퍼링을 시작하면서도 연준은 시장이 불안할 수 있음을 염려한 듯 향후 저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것임을 거듭 약속했다.

연준은 일단 성명서에서 “실업률이 6.5%를 웃돌고 향후 1~2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이 2.5%를 넘어서지 않는 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겠다”는 기존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를 종전대로 유지했다.

특히 연준이 공개한 FOMC 정책위원들의 개별 금리 전망에 따르면 지난 10월과 같은 12명의 위원들이 2015년에 첫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한 반면 3명은 2016년에 인상을 예상했다. 2016년에 인상을 전망한 위원은 종전 2명에서 1명 더 늘었다. 반면 내년 인상을 점친 위원은 종전 3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또 위원들이 제시한 2016년말 적정 기준금리 평균은 1.75%로, 종전의 2.0%보다 0.25%포인트 낮췄다.



이후 기자회견을 가진 벤 버냉키 연준 의장도 “이번 결정은 경제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아직 경제는 본격적인 회복을 위해 가야할 길이 더 멀다”며 추가 부양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향후 추가적인 자산매입 규모 축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신중한 과정을 거칠 것이며 철저하게 경제지표에 의존적일 것”이라고 말했고 특히 “앞으로 경제상황에 따라서는 양적완화 규모 축소 과정을 중단하거나 다시 규모를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결정은 우리의 통화부양기조를 축소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한 뒤 “(하향 조정된) 인플레이션 전망은 연준이 통화부양기조를 앞으로 지속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가 될 것이며 실업률이 6.5%까지 하락할 때까지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부진하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우리 목표인 2%에 근접해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너무 낮은 수준에서 계속 머물러 있지 않도록 행동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가능한 모든 대책들을 동원할 수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연준이 대규모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테이퍼링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그 보유규모가 계속 늘어날 것인 만큼 시장금리에는 지속적으로 하락압력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또 이번 테이퍼링 결정이 ‘간발의 차’였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오늘 회의에서 광범위하게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답해 우회적으로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차기 의장 지명자인 재닛 옐런 부의장과 충분히 상의했고, 옐런 지명자 역시 이번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했다”고도 소개했다.

다만 부양기조는 이어가겠지만, 새로운 부양책 도입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버냉키 의장은 “아주 단기적으로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제시했던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조정할 가능성을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시장 일각에서 제기됐던 ‘테이퍼링과 포워드 가이던스 강화가 병행될 것’이라는 관측을 일축했다.

아울러 “우리는 영란은행과 같은 대출 펀딩(Funding for Lending) 지원제도를 거부했다”며 “현재 미국에서는 더이상 타이트한 대출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