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김한길…‘온건파’에서 ‘투사’로

by정다슬 기자
2013.08.10 08:00:3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변화가 돋보이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한길 민주당 대표다.

8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옛 정문 앞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제공)
김 대표는 그동안 당내 온건파의 대표적인 인물로 분류돼왔다. 취임 이후 본인 임기의 콘셉트를 ‘을을 위한 정당’, ‘민생으로 경쟁하는 정당’으로 잡으며 청와대와 여당에 대해 거칠고 독한 비판을 내세우기 보다는 의회정치에 중점을 둔 성과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지난 5월말 북한 국방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 비난했을 때 김 대표는 “누구라도 나라 밖에서 대통령을 모독하면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6월말에는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대화록 공개로 여야간의 냉전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공식화한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며 박 대통령의 방중성과를 치켜세웠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결정했을 때도 김 대표의 전격적인 결정이라기보다는 당내 강경파들이 공세에 밀렸다는 인식이 강했다. 당내 핵심당직자는 “국정원 국조 특위위원들을 중심으로 장외투쟁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졌고 전병헌 원내대표가 최종적인 판단을 내렸다. 김 대표는 전 원내대표에게 판단을 맡긴 채,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가 변화한 것은 자신이 제안한 박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간의 ‘단독회담’에 대해 청와대가 ‘5자회담’(여야대표+원내대표 포함)으로 화답하고부터다. 김 대표는 노웅래 비서실장을 통해 5자회담을 거부하며 단독회담을 재차 제안했지만, 청와대가 다시 거절하자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김 대표는 지난 8일 당 회의를 주재하며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그러나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국민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들은 다 알고 있는 문제를 애써 외면하며 국민과 야당을 무시하고 민심에 역행하는 청와대를 보고 있으면 나라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 전선을 전국을 확대하며 공세수위를 높인 것도 같은 날이다. 그동안은 몇몇 의원들로 구성된 홍보단에게만 맡겨왔던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한 홍보활동을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같은날 전북 전주에서 개최한 ‘국민보고대회’에서는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판도 내놓았다. 그는 박 대통령이 야당(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했던 것을 언급하며 “원칙주의자를 자부하는 박 대통령의 원칙이라는 것이 야당대표 시절 당시 대통령과 양자·영수회담을 하는 것은 원칙이고, 대통령이 된 후 제1야당 대표와 양자회담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라면, ‘도대체 이게 무슨 원칙이냐’고 국민들은 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김 대표가 단독회담 무산으로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 같다”고 평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도 “단독회담으로 장외투쟁의 돌파구를 마련해보려고 했는데 이것이 무산된 순간, 공세를 높여나갈 수밖에 없게 됐다”며 “가볼 데까지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