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3.07.19 07:00:12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취지 발언’의 진실 여부를 밝혀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정치권에 또다시 파장이 일고 있다. 여야 의원 10명으로 구성된 열람위원단은 15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 성남의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해 NLL·남북정상회담 등 7개 검색어로 검색했지만 대화록 원본을 찾지 못했다.
관련 기록물이 아예 처음부터 보관되지 않았거나 보관중에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파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기술적인 이유로 원본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정상회담 내용이 담긴 비밀문서의 특성상 보안을 위해 ‘별칭’을 붙여 보관돼 있을 개연성이 크다. 또 전체 기록물중에서 대화록만 따로 없어졌을 가능성이 희박하며 전자기록의 특성상 훼손시에는 흔적이 남기 때문에 섣불리 손대기가 쉽지 않다.
참여정부때 처음 대통령 기록물 보관이 이뤄진 탓에 800만건이 넘는 기록물이 한꺼번에 이관되는 과정에서 분류작업이 부실했을 수 있고 이번처럼 열람하는 것도 처음이어서 실무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처음부터 자료를 빠뜨렸거나 고의로 삭제·훼손됐다면 심각한 문제다. 국가의 중요 정책에 관한 기록을, 그것도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이벤트에 관한 기록을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임의로 처리했다면 역사를 왜곡하려는 행위이며 어떤 이유로든 용납해서는 안된다. 조선시대에 국가 정사를 기록한 사초(史草)를 누구도 볼 수도, 손댈 수도 없었던 것과 비교해도 한참 뒤처지는 것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당연히 사법기관이 나서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
여야는 벌써부터 대화록 원본이 실종된 책임을 놓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데 여념이 없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가 국가기록원에 관련 문서를 넘기면서 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고의로 누락시켰을 가능성을, 민주당은 대화록이 이명박 정부에서 파기됐을 가능성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성급한 반응이다. 실상을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책임공방부터 벌이는 행태는 자제해야 한다.
더불어 국가기록원은 기록물 관리체계를 손질해야 한다. 아무리 많은 기록물이 보관돼 있다고 해도 이번처럼 가장 중요한 기록물의 존재 유무 조차 확인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