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유재희 기자
2013.04.18 06:33:14
폴리텍대학, 맞춤 교육 취업률 80.5%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청년 실업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짊어진 가장 큰 숙제다. 쏟아져 나오는 고(高)스펙의 대학 졸업자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기업들은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고용시장 미스 매칭의 여파다.
최근 기업들의 고용 형태는 청년 실업 문제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세계 경기 불황이 지속하면서 기업들은 신입보다 경력사원 채용을 더 선호한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곳 중 7곳(74.5%)은 신입보다 경력 채용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실무 처리가 가능한 인력이 필요해서’(79.7%)다.
전문가들이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학교 교육 과정에서 경력직원과 견줄수 있는 업무수행능력을 갖춘 신입사원을 육성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하는 이유다.
한국폴리텍대학은 기업과 대학 간의 직무 불일치를 해소하고 기업이 요구하는 전문기술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취업연계 맞춤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에서 맞춤 교육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한 셈이다.
지방 국립대의 항공 기계공학과를 중퇴한 천성덕(35)씨.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대학 3학년 때 학교를 자퇴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곧바로 취업했지만 질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단순 생산직과 건설현장 일용직을 전전하던 천씨가 새로운 기회를 잡은 곳이 폴리텍대학이다. 최씨는 폴리텍대학 내 특성화 학교인 바이오 캠퍼스(산업학사학위과정, 2년제)에 입학, 셀트리온(068270) 협약 반에 선발됐다.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셀트리온 직무에 맞는 특화기술을 학습하고, 6개월간 인턴 과정을 마친 후 졸업과 동시에 셀트리온에 입사했다. 천씨는 “전문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 바이오 분야에서 명장이 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바이오캠퍼스는 국내 유일의 바이오 분야 특성화 대학이다. 이 대학은 맞춤교육훈련의 롤모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학생의 절반가량은 이미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한화케미칼 등 유수의 바이오 기업으로 취업이 확정된 상태다. 전체 학생 중 특정 기업 직무 중심의 맞춤 교육 훈련을 받은 학생의 비율은 50.3% 수준이다. 이 학생들의 취업률은 94%에 달한다. 전체 학생의 취업률도 89%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참여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직무를 재학기간 동안 학습하기 때문에 입사 후 재교육이 필요 없다”며 “앞으로도 실무중심의 기술인재를 계속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다은(여·21) 씨는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아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양씨에게 대학 진학은 사치였다. 그에게 희망을 준 곳은 폴리텍대 안성여자캠퍼스(산업학사학위과정, 2년제)다. 양씨는 기초생활수급권자에게 주어지는 전액 장학금 혜택을 통해 학비 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재학 중 시각디자인, 산업기사 등 2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패키지디자인대전에서 특상을 받았다. 그는 영상디자인 전문회사인 매드픽쳐스의 기업 연계 맞춤교육훈련에 선발돼 회사로부터 장학금도 받았다. 양씨는 졸업 후 곧바로 매드픽쳐스에 입사해 영상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국내 유일의 이공계 여자대학인 폴리텍대 안성여자캠퍼스는 취업률 80%를 자랑한다. 국내 여자대학 중 취업률 1위다. 안성여자캠퍼스는 국내 유수의 기업체와 취업연계 맞춤 교육 훈련을 하고 있다. 맞춤 교육을 받은 학생의 취업률은 93%에 달한다. 특징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게 우선 선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맞춤교육훈련 취업자 중 약 20%는 취약계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지난해 바이오·안성여자 등 특성화 캠퍼스를 비롯해 전국 34개 캠퍼스에서 총 1177개 기업과 맞춤교육훈련 협약을 맺었다. 맞춤 교육 훈련을 통해 3468명(취업률 80.5%)이 취업에 성공했다. 올해는 맞춤교육훈련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과 연계한 맞춤 훈련도 시행할 계획이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은 “맞춤교육훈련은 청년실업과 지역 기업의 인력난 등 고용시장의 미스 매칭 현상을 해결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