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기훈 기자
2012.12.11 07:42:50
제한적 인력 채용 와중에 고학력·전문직 지원 늘어
예탁원 신입 공채엔 변호사·회계사 등 130명 지원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변호사 김 모 씨(30세)는 최근 한 증권 유관기관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해 2차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대형 로펌 취업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개업변호사로 나서도 성공 가능성을 자신할 수 없기에 웬만한 일반 기업보다 높은 연봉과 안정된 고용이 보장되는 증권 유관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올해 증권가는 사상 유례없는 불황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후퇴의 후폭풍이 주식시장을 강타하면서 업계 분위기는 요즘 날씨만큼이나 싸늘하다. 이런 와중에 인력 채용을 늘리는 것은 언감생심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신입사원을 안 뽑을 수도 없는 노릇. 대다수 증권사는 제한적인 신규 채용을 시행 중이다.
증권가의 채용 규모는 줄었지만 지원자는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가운데에서도 해외 명문대학 출신이나 변호사, 공인회계사(CPA) 등 우월한 스펙(경력)을 자랑하는 지원자의 수가 대폭 증가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금융투자의 하반기 신입 공채에는 미국 명문대인 하버드대 석사 출신과 미시간대 출신의 해외 유학파가 지원해 그중 하버드대 석사 출신 지원자가 최종 합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슷한 시기에 신규 인력을 채용한 대신증권(003540)에도 영국 사립 명문인 케임브리지대 석사 출신의 지원자가 응시해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외에도 상당수 지원자가 해외 대학 출신이었다.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조건 덕분에 매년 ‘신의 직장’ 리스트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한국예탁결제원의 경우 고(高) 스펙 지원자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10명 내외의 인원을 선발하는 올해 예탁원 신입 공채에는 3500명에 가까운 인재들이 지원, 경쟁률이 약 350대1에 달했다.
지원자 중에서는 미국 공인회계사(AICPA)와 국제재무분석사(CFA) 등 해외 자격증 소지자와 해외 대학 졸업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특히 변호사 15명을 포함해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 출신이 130명이나 됐다. 소위 ‘사(士)’자 전문직들은 과거 경력 공채에 지원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근래 들어서는 신입 공채 지원도 꺼리지 않고 있다.
증권가를 노크하는 고스펙·전문직 인력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그만큼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며 “증권사들로서도 이 기회에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는 니즈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스펙이 좋다고 해서 업무능력이 꼭 뛰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로서는 이들의 장기근속 여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