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집값'' 또다시 급등하는 이유

by조선일보 기자
2006.10.23 08:04:20

정부 예상과 반대로 또다시 급등 정책에 대한 불신이 결정적 불씨
판교 낙첨자·전세 못구한 실수요자 강남·북 안가리고 내집마련 행동개시


[조선일보 제공] 22일 오후 인천 소래 논현지구 한화건설 모델하우스 주변.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받쳐든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모델하우스 내부는 관람객으로 꽉 차서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였다. 인근 왕복 4차선 도로는, 방문객들 차량으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전반적인 경기는 불황으로 빠져 들고 있지만 주택시장은 동시다발적으로 달아 오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높은 분양가로 외면받았던 미분양 주택까지 급속도로 팔려 나가고 있다.

집값이 급등하자 매매 계약 취소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각종 초강도 부동산 규제와 북핵(北核) 사태 때문에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던 부동산 전문가들이 황당해 할 정도로 수도권 전역에 ‘부동산 이상(異常) 과열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상 과열 현상, 수도권 확산

추석 이후 나타난 주택시장의 특징은 강북과 강남, 수도권 지역의 매매와 전세시장이 동시다발적으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는 추석 이후에만 3000만~5000만원 뜀박질했다. 강동구 고덕동 주공아파트의 경우, 추석 전후로 최고 1억원까지 급등했다. 강북도 뉴타운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초강세. 강북구 번동 ‘서울랜드공인 중개’ 김상태 사장은 “뉴타운과 접해 있는 번동 주공1단지는 최근 10% 정도 가격이 올랐으며 매물은 나오자마자 팔릴 정도”라고 말했다.

추석 이후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걷어 들이고 일부는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계약을 취소하고 있다. ‘고일 중개’ 허봉일 사장은 “버블(거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값이 올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분양가가 턱없이 높은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까지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이상과열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들이 집값 급등 촉발

이번 집값 급등은 투기 목적이 아닌 실수요자들에 의해 촉발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선 9월부터 촉발된 전세난으로 인해, 전세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자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20평형대 아파트 가격이 강세”라고 말했다. 판교와 은평 뉴타운의 고(高)분양가 책정도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 팀장은 “앞으로 분양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 심리 때문에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싼 기존 주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과 강남권 일반 아파트의 경우, 양도세 중과세에 따른 매물부족과 판교 낙첨자들의 이사 수요가 작용하고 있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중대형을 노렸던 10만명 이상의 판교 신도시 낙첨자들이 판교 대안으로 강남권으로 몰리고 있지만 양도세 중과세로 매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감

‘부동산 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양도세 중과세 및 보유세 중과세로 투기적 가수요자들은 주택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반면, 집값 오름세에 불안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주택을 사면서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집값 급등은 실수요자들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더는 신뢰하지 않는다는 단적인 증거다. 정부가 집값을 낮추겠다고 공약하면서도 판교 신도시와 은평 뉴타운의 분양가를 높게 책정했다. 공공택지를 통해 주택공급은 물론 국민임대주택도 대폭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발표된 주택 정책도 주택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정부가 뉴타운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지정한 재정비 촉진지구도 강북 집값 오름세에 기름을 끼얹은 격. 대통령의 지시로 추진되고 있는 원가공개제나 서울시의 후분양제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실수요자들이 주택구입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