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6.05.25 07:58:44
지방 ‘깡통 아파트’ 속출한다
강남 겨냥한 ‘세금폭탄’ 오히려 지방부동산 직격
미분양·매물 쏟아져… 지역 경제까지 얼어붙어
[조선일보 제공] 재테크 차원에서 아파트 분양권에 투자했던 부산 동래구 박모(41)씨는 매달 아파트 연체이자만 100만원씩 물고 있다. 박씨는 “하루에도 2~3곳의 은행에서 계속 연체이자 내라는 독촉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러다가 신용 불량자로 전락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료들이 서울 강남권의 집값을 잡겠다며 연일 ‘버블(거품) 붕괴론’을 제기하는 사이 지방에서부터 주택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초과 공급 후유증에 가까스로 버티던 주택시장이 정부의 버블론 제기 이후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는 게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늘어나는 대출 이자에 한숨만=“집값요? 정말 황당합니다. 아니 솔직히 짜증나요.”
24일 강원도 춘천시 A아파트에 지난 1월 입주한 김모(34)씨는 이 아파트 49평형(분양가 2억2400만원)에 입주하기 위해 저축했던 돈을 모두 털어 넣고 은행에서 1억원을 빌렸다. 하지만 매일 기막힌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이자만 늘어갈 뿐 아파트 시세는 분양가보다 3000만~4000만원 싼 ‘깡통 아파트’로 전락한 것. 내집 마련의 단꿈은커녕 매일 악몽만 꾸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결혼 5년 만에 대출 5000만원을 끼고 같은 아파트 29평형(분양가 1억2000만원)에 입주했다는 주부 박모(30)씨는 “아줌마들이 모이면 집값 푸념만 한다”며 “정부가 이 상황에서 버블 얘기까지 해 정작 서민들만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 속출=작년 12월 말 입주한 경남 김해시의 B아파트. 입주 5개월이 넘었지만 전체 700가구 중 300가구가 텅 비어 있다. 1년 전은 달랐다. 당시 프리미엄이 2000만~30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주변에서 매물이 쏟아지면서 프리미엄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결국 분양가보다 1000만원 이상 낮은 매물에도 찾는 이는 없다. 김해 C아파트도 올 초 입주를 시작했지만 50%는 텅 비어 있다. 2년여 전 분양 당시 분양권 전매를 알선하는 ‘떴다방’까지 몰렸던 인기 단지였지만 이제는 분양가보다 1500만~2000만원까지 하락했다.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약을 요청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D아파트는 작년 7월부터 입주했지만 5% 이상이 해약을 요청했다. 물론 건설업체는 대부분 해약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