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6.27 05:00:00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산업에 100조원 규모의 정책 금융을 지원하는 ‘민주당식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을 공개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김태년 의원은 그제 “국내 반도체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K칩스법 개정안과 반도체특별법 제정안을 다음 주초 대표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조특법 개정안은 올해 일몰 예정인 투자세액공제 기한을 10년 연장하고 공제 비율을 10%포인트 상향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수립과 시행을 뒷받침할 특별법안을 19일 발의했다.
법안 발의에서 민주당과 김 의원이 보인 자세는 뜻밖이다. 기업 지원 법안이라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반(反)기업 입법에 올인했던 과거 정책 방향과 확 달라서다. 투자세액공제 기한을 6년 연장해 주려던 정부·여당의 21대 국회 K칩스법이 다수당인 민주당의 비협조로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것과도 대조된다. 공제 기한을 4년 더 늘리고 시설 투자·R&D 세액공제 비율을 10%포인트 일괄 인상해 주겠다는 점에서 정부·여당 안보다 통이 크다. 법안이 통과되면 시설투자 공제율은 대기업 25%, 중소기업은 35%로 높아진다.
김 의원 법안은 고 의원 법안 및 정부안 등과 함께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라 세부 조율을 거칠 전망이다. 국민의힘에 비해 뒤졌던 산업·경제 정책의 주도권을 쥐려는 민주당의 계산이 분명하지만 세수 감소 등을 고려하면 검토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해도 반도체업계는 글로벌 업황 회복과 함께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다.
문제는 실천 의지다. 민주당은 종부세, 상속세 개편 논의 과정에서 드러났듯 당내 의견 수렴에서 갈등을 넘어서지 못한 데다 정부·여당과의 경쟁을 의식해 없던 일로 되돌리는 등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만큼은 달라야 한다. 미국·일본·유럽 연합(EU)등이 반도체 패권에 사활을 걸고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퍼붓고 있는 현실을 바로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념과 진영을 넘어선 건전한 정책 경쟁이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살찌울 수 있음을 여야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