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기업 디지털 전환, 리더십부터 바꿔라

by논설위원 기자
2023.12.11 06:15:00

최근 디지털 전환(DX)을 핵심 전략으로 삼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DX는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조직의 운영방식이나 비즈니스 전체를 변혁적으로 바꾸는 일이라서 디지털 문해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 목표는 달성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디지털 인재 100만 양성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DX 혁신을 견인할 수 있는 인재양성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역대 정부에서와 같이 단순히 교육과정 이수자 같은 인원수 충족에만 치우쳐 단편적인 정책 달성을 해 왔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왜냐하면 첨단 미래 사회에 대비한 DX 역량은 디지털 스킬 중심의 실무형 인재뿐만 아니라 조직의 디지털 리더십과 이를 책임지는 디지털 리더의 육성까지도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기업에서는 최고 정보 책임자(Chief Information Officer) 뿐만 아니라 최고 데이터 책임자(CDO), 최고 신뢰 책임자(Chief Trust Officer) 등 디지털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새로운 역할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CoE(Center of Excellence)라는 디지털 혁신을 성공하기 위한 목표지향적 전문가 조직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DX 시대의 경영환경과 MZ 세대와 같이 조직 구성원의 속성 변화에 맞추어 디지털 리더십 환경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의 리더십과 달리 디지털 리더십이라고 하는 것은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디지털 자산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므로 디지털 리더를 육성하는 교육도 CEO와 경영층부터 시작하여 하향식(Top-Down)으로 전개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부서원보다 리더를 먼저 교육해야 한다는 것은 최적의 디지털 스킬을 사용하여 조직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액션 플랜을 통해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이제 직책이나 직급, 연공서열 등의 가부장적 위계와 리더십이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문맹인 부서장 아래에서는 제 아무리 유능한 디지털 인재라도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재임 시절 서울 지하철의 안전과 서비스를 혁신하기 위한 ‘Smart Connected Metro’라는 전사적 DX를 진행할 때도 가장 큰 걸림돌은 부서를 맡고 있는 간부들의 디지털 문해력이었다. 고심 끝에 두 개 대학에 6개월 기간의 DX 교육 과정을 만들어 최상급 간부 200여 명을 순차적으로 참여시켰다. 낯선 교육에 대한 저항감은 소위 요직이라고 여기는 부서장부터 가장 먼저 교육에 참여하면서 점차 줄어들었다. 누구든 교육 종료 후에 상응하는 보직을 부여하면서 교육을 반복하였더니 교육 효과는 DX 프로젝트의 수가 증가하고 실질 성과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고 한 프로젝트는 세계대중교통협회(UITP)의 지하철 운영혁신 프로젝트 공모에서 1위를 하기도 했다. 한 간부의 교육 소감인 “이제야 뉴스가 들리고 기사가 이해됩니다.”라고 했던 말을 지금도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50대 초 중반 나이의 그들은 당시 사방에서 벌어지는 제4차 산업혁명의 움직임을 이해하지도 디지털 기술을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지도 전혀 몰랐던 디지털 문맹 상태였던 것이다.

최근 행정망 및 디지털 행정서비스 먹통 사태가 네 차례나 발생해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던 것도 디지털정부를 표방하고서도 이를 끌어 가는 디지털 리더십이 부족한 탓도 있을 것이다. 아는 척 또는 역량이 있는 척하면서 자신의 디지털 문맹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개선하려고 조차 하지 않는 리더가 담당하는 DX 프로젝트는 잘 될 턱이 없다. DX 혁신은 가장 먼저 조직 전체의 디지털 역량을 진단하여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개발하고 역량을 갖춘 디지털 리더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가장 빠르게 DX 혁신 효과를 얻으려면 교육에 시간과 비용을 아껴서는 안 된다. 기업 전체 비용에서 교육비는 그리 큰 비중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소홀하게 취급되거나 비용 절감에 직면하면 가장 쉽게 삭감하는 항목으로 여긴다. 그럴 때마다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감가상각이 없고 효과가 사람에 따라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투자라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