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손 잡고 확 젊어진 백화점…'MZ 성지'로 등극

by백주아 기자
2023.06.02 05:33:00

현대百, FG와 협업 ''강호연파'' 월매출 1억원 육박
스타트업 투자로 MZ세대 유입률 ↑
롯데百, 온라인 패션 플랫폼 ''하고''와 협력
갤러리아, 신진 디자이너 팝업 오픈런 열풍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백화점업계가 유망 스타트업 기업과 협업을 통해 매출 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MZ 세대의 취향을 반영해 젊은 스타트업의 감각을 입힌 콘텐츠를 발굴하면서다. 백화점의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면서 동시에 중소기업과의 상생도 꾀하는 모습이다.

1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지하 1층 강호연파 매장 앞에 손님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1일 오후 방문한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지하 1층 ‘강호연파’ 매장에는 1인 샤부샤부를 먹으러 온 젊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20개 좌석도 채 안 되는 비교적 작은 매장이지만 점심시간 대기 번호는 100번을 넘어간다.

강호연파는 현대백화점(069960) 상품본부 식음료(F&B) 바이어와 외식벤처기업 FG를 운영하는 이경원 대표가 협력해 만든 브랜드다. 현대백화점과 FG는 MZ세대가 열광하는 먹방(먹는 방송) 유명 유튜버 ‘밥굽남’을 사업에 끌어들였고 지난 2021년 더현대서울 개점과 함께 강호연파를 열었다. 개점 후 2년이 흘렀지만 1인 샤부샤부집 월평균 매출은 1억원에 육박, 푸드코트 단위 면적당 매출 상위 5위 안에 드는 백화점 효자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현대백화점은 MZ세대가 열광하는 콘텐츠 발굴을 위해 스타트업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16일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킥더허들’에 20억원을 투자해 올 하반기 더현대 서울에 개인별 맞춤형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MZ세대 고객에게 제안하는 맞춤형 ‘헬스케어 스토어(가칭 핏타민 랩)’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백화점은 앞서 스타트업 나이스웨더와 스미스앤레더에 각각 30억원, 20억원을 투자해 MZ 고객 유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두 브랜드 구매 고객의 60% 이상이 2030 세대로, 매달 4만명 이상의 2030 고객이 매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 중 80% 이상은 현대백화점에서 구매 경험이 없다. 신규 고객 확보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은 2017년 출시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하고’를 운영하는 ‘하고엘앤에프’와 협력해 ‘K패션’ 브랜드들을 성공적으로 알리고 있다. 지난 2021년 8월 동탄점에 첫번째 오프라인 매장 ‘16’을 약 100평 규모(330㎡)로 열고 ‘마뗑킴’, ‘메종마레’, ‘아더앤드’, ‘하이칙스’ 등 총 16개의 K패션 브랜드를 선보이며 첫 달 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후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1월에만 인천점과 부산본점, 그리고 잠실 롯데월드몰 3곳에 ‘하고하우스’라는 이름으로 ‘하고’의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 열고 각 매장마다 20여개의 ‘K패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그 결과 ‘하고하우스’ 전체 구매 고객 중 2030세대 여성 고객이 50% 이상일 정도로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월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앞 ‘떠그클럽’ 오픈런. (사진=백주아 기자)
갤러리아백화점은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팝업으로 MZ세대의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는 행태를 가리키는 말)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월 24~26일 3일간 열린 스트리트 패션 남성복 브랜드 ‘언더마이카’의 팝업에서 총 1억4000만원 매출을 냈다. 이는 해외 수입 명품 브랜드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언더마이카는 국내 브랜드로 지난 2020년 선보인 이후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1030’ 남성 소비자들의 강력한 팬덤을 구축한 브랜드다. 샤넬, 롤렉스 등 해외 수입 명품 브랜드가 아닌 국내 브랜드에 열광하는 소비자 수요를 간파한 결과다.

앞서 지난 1월 7일 ‘떠그클럽’ 팝업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을 당시에도 흥행 대박을 냈다. 주말 이틀간 팝업을 진행하면서 약 9000만원 정도의 매출이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2030대 상품기획자(MD)가 그 세대의 유행을 반영한 인기 높은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유치하면서 MZ 세대의 오픈런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며 “향후에도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 발굴 유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