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석면폐증 진단도 진폐증과 같이 장해급여 바로 지급해야”
by박정수 기자
2023.05.10 06:00:00
자동차 부분품 제조업에 근무하다 석면폐증 판정
폐이식 수술 받았으나 거부반응 등으로 사망
석면폐증 증상 고정됐다고 보기 어렵단 이유로 장해급여 부지급
대법 “석면폐증, 진폐증과 다르지 않아…장해급여 지급해야”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석면폐증에 대해서도 진폐증과 마찬가지로 곧바로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자동차 부분품 제조업에 근무하다 숨진 B씨의 배우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미지급보험급 여부 지급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B씨(1949년생)는 1977년경부터 1999년경까지 C주식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자동차 부분품 제조 업무를 수행했다. B씨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석면으로 인해 2014년 10월경 진단받은 석면폐증(석면폐병형 2/2, 심폐기능 F0)으로 장해등급 제11급 판정을 받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장해보상연금을 지급받았다. 석면폐증은 석면섬유를 흡입함으로써 폐실질에 흡착돼 미만성 섬유화가 초래되는 진폐의 일종을 말한다.
B씨는 2018년 10월경 근로복지공단에 석면폐증 악화를 이유로 재요양을 신청했고, 2018년 11월 10일 D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시작했으며, 2018년 11월 15일 E병원에서 폐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폐이식 거부반응 및 폐렴의 악화로 2019년 2월 28일 사망했다.
재요양 신청에 따라 실시한 특별진찰 결과에 대한 2019년 2월 27일 석면심사회의의 심의 결과 B씨는 ‘석면폐병형 2/2, 심폐기능 F3(고도 장해)’으로 판정돼 재요양 대상자로 결정됐다.
이에 B씨의 배우자인 A씨는 ‘재요양 신청 당시 특별진찰을 통해 2018년 10월 30일 실시된 심폐기능검사 및 2018년 11월 9일 실시된 CT 검사 결과 고인의 심폐기능이 F3으로 확인됐으므로 장해등급이 상향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장해등급 제1급에 따른 미지급 보험급여(장해급여)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20년 4월경 ‘고인은 폐이식 후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지 못하고 이식 후 폐렴으로 사망했으므로 사망 전 증상 고정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피고 G본부 자문의사회의의 심의 결과에 따라 미지급 보험급여(장해급여) 부지급 결정을 했다.
A씨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해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0년 11월 10일 기각됐고, 이에 불복해 2020년 12월 31일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했으나 2021년 6월 3일 기각됐다.
A씨 측은 “석면폐증은 노출장소를 떠나도 그 진행이 계속되고, 특별한 치료방법은 없으며, 합병증이 있을 경우 요양이 필요하다는 등 진폐증과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진폐증에 대한 장해급여의 지급에 있어 ‘증상의 고정’은 요건이 아니므로, 재요양 신청 당시 실시한 특별진찰 결과 고인의 심폐기능이 F3에 해당하는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장해 제1급에 따른 미지급 보험급여(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 측은 “고인의 경우 폐이식 수술을 통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고, 고인의 주치의는 ‘폐이식 후 석면폐증은 의학적으로 치유됐다고 볼 수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면서 “진폐증에 대한 장해급여의 지급에 있어 ‘증상의 고정’은 요건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은 진폐증의 병리학적 특성상 진단 당시 이미 더 이상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렀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폐이식’이라는 사정이 고려되지 않은 것이므로 이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승소판결했고, 2심은 항소를 기각해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석면폐증에 대해서도 진폐증과 마찬가지로 석면폐증이 장해등급기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반드시 석면폐증에 대한 치료를 받아 석면폐증이 완치되거나 석면폐증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B씨가 ‘광물’인 석면으로 인해 자동차 부분품 제조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석면폐증으로 진단을 받았으므로, 그 발병기전이나 증상 등이 진폐증과 거의 다르지 않다고 보인다”며 “유리섬유 작업 내지 암면 작업을 하다가 진폐증에 걸린 것과 석면 작업을 하다가 석면폐증에 걸린 것을 그 보호 면에서 후자를 전자에 비해 낮게 취급해야 할 이유는 특별히 없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사망 전 B씨는 석면폐병형이 제1형 이상이면서 동시에 심폐기능에 고도장해가 남은 사람으로, 피고는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본 원심판결을 수긍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진폐증에 관한 선례와 마찬가지로 석면폐증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지 않더라도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함을 최초로 명시한 판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