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수출관계 정상화 속도…반도체·배터리 등 글로벌 공급망 협력

by김은비 기자
2023.05.03 06:00:00

2일 인천 송도서 7년만 한일 ''재무장관 회담''
韓 "화이트리스트 조속한 회복 희망"
수출 정상화 시 연간 수출액 26.9억 달러↑ 기대도
日 북러 등 지정학적 협력 강화 언급

[인천=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한일 재무장관이 7년 만에 만나 공식 회담을 재개했다.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본격적 수출관계 정상화에 돌입한 만큼 앞으로 경제 전반에서 어떤 구체적 협력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또 향후 반도체와 배터리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양국이 공동 대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이 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한·일 재무장관 양자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인천 송도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총회 개최를 계기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회담을 진행했다. 추 총리와 스즈키 재무장관은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계기로 지난달 13일 워싱턴 D.C.에서 면담하고 5월 중 만남을 약속한 바 있다.

이번 회담은 구체적 의제를 다룰 이후 회의에 앞서 그간 중단됐던 대화를 재개하는 데 의미를 둔 자리였다. 두 장관은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야 하는 관계임에 공감을 표했다. 추 부총리는 “한국과 일본은 자유·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며 자유무역과 시장경제를 경제 운용의 핵심으로 삼아 협력할 분야 매우 많다”고 강조했다. 스즈키 재무장관 역시 “한일 양국은 세계 경제와 지역이 국제사회 직면 과제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야 나갈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화답했다.

양국 재무장관이 공식 회의을 재개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한국과 일본은 경제 전반에서 폭넓은 교류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 시작한 한일 재무장관 회의는 양국 재무당국 수장과 실무진이 참석해 경제 현황은 물론 금융·세제·예산·거시경제 등을 폭넓게 다뤄온 바 있다.

우선 그간 둔화된 한국과 일본의 무역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추 부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화이트리스트의 조속한 회복을 강조했다. 일본은 지난달 28일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 국가 목록인 화이트리스트에 재지정 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한국이 먼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한 지 4일 만이다. 일본도 앞서 한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철회하고 한국 역시 이에 대응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했다.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 재지정 절차만 끝나면 2019년부터 이어진 양측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모두 해제되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의 4대 수출국, 3대 수입국으로 경제적 중요도가 높은 국가지만 지난 4년간 수출규제로에 막혀 무역이 둔화했다. 한국의 대(對)일본 수출액은 2011년 한때 397억달러에 이르렀으나 양국 간 관계 악화 여파로 2019년 284억달러, 2020년 251억달러까지 줄었다. 역대 최대 수출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도 대일본 수출액은 307억달러로 전년대비 1.8% 늘어나는 데 그쳤고 올 들어서도 1분기까지 전년대비 10.1% 감소 흐름이다. 대일본 수입액 역시 2011년 683억달러로 정점을 찍었으나 2020년 한때 460억달러까지 줄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한일 관계 개선에 힘입어 대일본 수출액이 연 26억9000만달러(약3조5000억원)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도 0.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협회 역시 “양국간 교역과 경제협력이 정상화되면 인접국 간에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대한 양국 간 공조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추 부총리는 구체적으로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양자·우주·바이오 등 신산업 △저출산·고령화·기후변화를 함께 대응하고 공동 이익을 창출할 분야로 꼽았다. 또 “양국 간 항공편 증편 및 미래세대 간 인적교류 등 민간 채널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스즈키 재무장관도 “추 장관이 말한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일본은 북한과 러시아 등에 대응한 지정학적 협력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스즈키 재무장관은 “지정학적 과제긴 하지만 북한의 핵 미사일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일본 정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과 일본이 미중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핵 위협 등에 공동 대응하면서 글로벌 금융·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한일 재무장관 회담에 앞서서 한중일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도 열렸다. 추 부총리는 “글로벌 리오프닝을 계기로 한중일 3국의 관광·문화·인적 교류를 확대해 세계경제 회복에 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