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LTV 완화" 한목소리...가능성·실효성 따져보니

by서대웅 기자
2022.02.05 08:00:00

이재명 LTV 90%, 윤석열 80% 공약
주택가격 상한선 6억원 설정시 가능
서울 중위가격 10억원...실효성 적어
주택가격 고점, 상한 상향도 어려워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부동산 정책 일환으로 LTV(주택담보인정비율) 80~90%까지의 완화 공약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주택가격 상한선 캡을 6억원 정도로 설정하면 이들 후보의 공약 실현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시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10억원에 육박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두 후보의 LTV 완화 공약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회사의 채권 부실 및 대출자 건전성 악화 가능성에 주택가격 캡을 마냥 올릴 수 없어서다. 대출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집값 하락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점도 캡 상향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 3일 방송3사(KBS·MBC·SBS) 합동 초청 토론회에서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일제히 LTV 완화 공약을 재차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생애 최초 구입자에 한해 ‘LTV 90%’를 인정해주고, 특히 청년층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장래 소득’을 기반으로 DSR을 인정(완화)해주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청년 주택의 경우 LTV는 80%로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DSR과 DTI(총부채상환비율)는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금융권에서 부실 채권으로 볼 것이냐 마지노선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가치 비율인 LTV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는 9억원 이하 40%·9억원 초과 20% △조정대상지역은 9억원 이하 50%·9억원 초과 30% △비규제지역은 70% 등으로 적용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LTV 40%를 적용하고 있어 집값이 9억원이면 3억2000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두 대선 후보는 청년들에겐 집값의 80~90%까지 돈을 빌려주자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정의당 심상정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 국민의힘 윤석열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왼쪽부터)가 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금융권 관계자들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집값 상한선 캡을 6억원 정도로 씌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만 LTV 상향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면 ‘차주별 DSR 40%’ 규제로 대출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서다.

예컨대 부부 합산 소득이 6000만원인 청년 부부가 수도권에서 7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30년 만기, 연 3.5% 금리로 6억3000만원(LTV 90% 설정·7억원×90%)을 빌린다고 가정하면 매달 282만9000원(원리금균등상환)의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연봉 대비 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인 DSR은 56.58%로 40% 규제를 훌쩍 뛰어넘는다. 현재 시중금리 추세상 3.5% 금리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 4.0%로 빌린다고 가정하면 DSR은 60.15%로 뛴다. 이마저도 신용대출 등 다른 부채가 전혀 없는 경우다.



반면 6억원 주택을 담보로 5억4000만원(LTV 90% 설정)을 빌리면 △금리 3.5% 시 DSR은 48.5% △금리 4.0% 시 DSR 51.56%로 대폭 낮아진다. 물론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대출을 받더라도 올해 1월부터는 총대출액이 2억원 초과 시 차주별 DSR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의 공약대로 청년층에 대해 DSR 규제를 완화하면 대출 여력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금융권 분석대로 주택가격 상한선 캡을 설정해야만 LTV 상향이 가능하다면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공약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서 6억원 이하 주택을 마련하기 어려워져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2021년 4분기 부동산시장 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표본을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가격)은 9억7000만원이다. 경기도 주택 중위매매가격도 5억5000만원에 달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주근접을 고려한다면 중위가격 이상의 주택을 찾아야 하는데 청년들이 그러한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득이 적다면 LTV를 상향하더라도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있다. 청년에 대한 DSR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LTV 상향을 위한 주택가격 상한선 캡도 올려 잡으면 된다. 예컨대 주택가격 9억원까지 LTV 90%를 설정하고, DSR도 60% 정도로 올리면 된다. 청년의 ‘미래 소득’을 인정해 DSR을 설정하겠다는 이재명 후보 공약은 지난해 10월26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물론 금융위는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까지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부분에도 맹점은 있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주택가격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혼합형(고정형)으로 주담대를 받더라도 대출 6년차부터는 변동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5년 후 시장상황을 예측하긴 어려우나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청년이 그만한 빚을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더 큰 문제가 된다. LTV는 차주의 대출규제 용도가 아닌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규제다. 금융회사가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후 어느 정도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채권을 모두 보전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9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8억1000만원(LTV 90%)까지 빌려줬는데 집값이 8억원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회사는 부실을 감내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LTV 규제가 도입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빚내서 집 사라’ 정책으로 수도권 LTV를 종전 50%에서 70%까지 상향했는데, 당시 수도권 몇몇 지역에서 집값이 등기전 대출(분양가 기준 대출)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 아래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며 “집값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우세한데 LTV를 무조건 올려잡으면 채권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