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檢권력수사]②백운규 수심위 '감감무소식'…尹 사건은 아예 '뒷짐'
by남궁민관 기자
2021.08.11 06:00:00
"굳건한 방파제" 약속하며 6월 취임한 김오수
월성 원전 백운규 수심위 한 달 넘게 일정조차 미정
尹 관련 사건엔 아예 배제, 보고조차 못 받는데 뒷짐
법조계 "대선 앞두고 몸 사리나…본연의 역할해야" 비판
[이데일리 남궁민관 하상렬 기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뭉개기로 일관하고 있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부당 평가 의혹’과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배임 교사 등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는 김 총장 직권으로 소집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일정 조차 잡지 않고 있다. 야당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가족 사건은 물론 물론 ‘채널A 사건’에 공범으로 지목됐던 한동훈 검사장의 무죄 처분 역시 여전히 함흥차사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미 식물총장으로 전락한 김오수 검찰총장이 정치적 논란을 의식,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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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월성 원전 의혹 관련 백 전 장관의 배임·업무방해교사 혐의를 판단하기 위한 검찰 수심위가 한 달이 넘도록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등을 지연 이유로 들고 있는 대검찰청이 정작 다른 회의들은 잇따라 개최하면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대검은 최근 백 전 장관 수심위 관련 진행 경과와 지연 사유, 향후 계획 등을 묻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의 질의에 “2021년 하반기 고검검사급 검사 정기 인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단계 격상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위원회 개최 시기 등을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6월 30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소집을 결정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개최 일정조차 잡지 못한 셈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같은 대검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반기 고검검사급 인사는 이미 지난 6월 25일 발표돼 7월 2일 자로 단행됐고, 코로나19 관련해서도 방역 지침상 공무에 필요한 경우는 기본 방역 수칙을 지키는 선에서 인원 제한 없이 회의 등을 개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 의지 자체가 약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김오수 검찰총장은 다른 위원회 등을 계속 소집하고 있다. 지난달 초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한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수사팀 검사의 처분을 심리한 감찰위원회를 열었다. 또 지난달 9일 비수도권 검사장 회의, 12일 수도권 검사장 회의, 23일 고검장 회의를 잇따라 개최했다. 부산지검은 지난 1일 검찰시민위원회를 개최해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 관련 뇌물 혐의를 받는 전·현직 공무원 9명에 대한 기소 여부를 심의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당초 ‘검언유착’ 의혹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채널A 사건’과 관련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처분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채널A 사건은 이동재 전 기자 등 채널A 기자들이 한 검사장과의 유착을 과시하며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협박해 범 여권 인사들의 비위를 캐내려 했다는게 주요 골자다. 최근 1심 법원은 이 전 기자 등의 강요미수 혐의에 대해 이미 무죄를 선고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사실상 공범으로 지목됐던 한 검사장에 대해 기소 또는 불기소 등 어떠한 처분도 내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김 총장은 야당 유력 대선 후보로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윤 전 총장의 가족 및 측근 사건에선 수사지휘라인에서 빠지면서 ‘나 몰라라’하는 상황이다. 윤 전 총장 관련 사건은 그의 장모와 부인이 관련된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윤 전 총장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수수 혐의 수사 개입 의혹 등이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해당 사건들이 윤 전 총장과 이해관계에 있다고 보고 지난해 10월 “수사팀(서울중앙지검)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라”며 검찰총장을 수사 지휘 라인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물러나고 김 총장이 새롭게 검찰을 이끌게 된 지 두 달여가 흘렀지만, 추 전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권은 철회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김 총장의 침묵이 장기화되고 있다. 윤 전 총장 관련 사건들에 전혀 이해관계가 없지만, 자신에 대한 수사 지휘 라인 배제를 고수하는 박 장관에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 6월 중순부터 매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대면 주례 보고를 받고 있지만, 윤 전 총장 관련 사건에 대해선 일절 보고를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현안 사건 수사에서 김 총장이 이같이 일관 되게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법조계에선 그의 정치적 속내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거론된 사건 모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고,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내든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의 비난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검찰의 수사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검찰총장으로선 마땅히 직무에 따라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