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땅 4000만원에 샀는데…택지지정 후 ‘반토막’ 왜?
by강신우 기자
2021.05.04 06:00:00
기획부동산 통해 시흥땅 매입 투자자
강제수용 되면서 시세 절반값에 수용
사기 입증관건…땅 임장 후 투자해야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원금이라도 건졌으면 좋겠어요.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힘겹게 살아갑니다.”
|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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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38·서울 관악구)씨는 2017년11월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땅을 사라는 부동산 광고 전화였다. 경기도 시흥시에 큰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는 좋은 땅이 있으니 사보라는 말에 혹했다. 땅을 직접 볼 생각은 없었다. 전문가로 보이는 부동산 직원들이 지도까지 펼쳐 보이며 상세히 설명하니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 차례 설명회만 가서 듣고 덜컥 땅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해 투자한 돈 4000만원 중 절반이 날아갔다.
이 씨는 자신을 기획부동산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감언이설에 속아 사기를 당했다는 것이다. 시흥 땅 매입 후 곧바로 해당 토지가 시흥하중 공공택지지구로 지정되면서 강제 수용됐고 보상가가 매입 시세와 비교해 턱없이 낮아 투자 원금을 앉은 자리에서 잃어야 했다. 철썩같이 믿었던 부동산 업체는 이제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그는 “땅 매입 당시 서울 역삼동 소재의 J부동산에서 ‘역세권 개발은 환지방식이며 용도변경으로 큰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홍보했고 2018년 9월 공공택지지구로 지정됐을 때도 ‘보상가의 손실 부분을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모두 거짓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토지 보상액이 나온 이후 J부동산과 더 이상 연락을 할 수 없었다. 그는 “전화도 안 받고 직접 찾아가 봤지만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씨가 산 땅은 경기도 시흥시 하중동 590번지(3615㎡)다. 이 중 일부인 66㎡를 평단가 210만원에 샀다. 총 4074만원이 들었다. 이 씨와 같이 이 땅을 사들인 공유 지분자는 총 30명. 이 씨는 “자신은 210만원에 샀지만 나중에 매입한 분들은 평단가 약 300만원 가량 줬을 것”이라며 “피해자를 모아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J부동산 케이스를 전형적인 기획부동산이라고 입을 모은다. 토지 가치가 없는 곳을 미리 싼 값에 매수해 비싼 값에 많은 이들에게 나눠 파는 식이다. 이번 LH 땅 투기 사건이 있었던 광명시흥 일대에서도 이 같은 기획부동산이 판쳤다.
이를테면 광명시 옥길동의 6600㎡(임야) 땅 등기를 들여다보니 공유 지분자만 90명이 나왔다. 지분현황을 보면 법인인 S토건이 660분의 180을 보유해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대부분 660분의 10이하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S토건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작년 6월~10월에 거쳐 개인들에게 1이하 지분으로 나눠서 되팔았다.
시흥시에선 작년 6월 노온사동에서 거래된 땅 중 가장 넓은 5113㎡(임야)를 32명이 쪼개서 샀다. 지분 공유자 중에는 개인을 포함한 D경매 등 법인 다수가 포함돼 있었다. 이들 법인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다시 쪼개 6월~7월 사이 개인들에게 나눠 팔았다.
다만 기획부동산이라고 해서 모두 불법업체는 아니다. 판매 과정에서 ‘사기행위’를 했느냐가 입증돼야 한다.
기획부동산 전문변호사인 김재윤 법무법인 명경 대표변호사는 “만일 기획부동산에서 향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서 팔았다면 그것은 ‘사기행위’로 볼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처음 매입가의 5배~10배 정도 부풀려서 되판다. 알고 보면 대부분 가치가 거의 없는 땅”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기획부동산을 통해 땅 매입 과정에서 녹취 등의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고 맹지인지 임야로서 보존 산지인지, 경사도가 있으면 절토행위가 가능한지 등을 직접 현장을 찾아가 잘 알아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