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코로나에 확인된 우리 교육의 현 주소
by이정훈 기자
2020.06.03 01:11:00
학사일정·입시·학력수준에만 목 맨 등교개학 강행
전통적·경쟁적 교육 멈춰야 할 당국의 역할 부재
한국판 뉴딜 속 에듀테크도 소프트웨어 혁신 필요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오는 8일이면 전국 유치원부터 초·중·고교까지 모든 학교가 등교 개학을 한다. 지난달 20일 고3 학생들이 처음으로 학교 문을 연 지 18일 만에 이뤄지는 사실상의 개학이지만, 이 역시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계속되는 지역감염 사례로 인해 이들 학교 중 3% 정도 되는 607개 학교가 등교수업을 하지 못하고 있고, 자가진단을 통해 이상증세가 발견되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또는 감염이 걱정돼 가정학습을 신청한 학생들까지 등교하지 않는 학생도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달 말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강사가 근무하는 미술학원 인근에 있는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입구에 학교시설 일시적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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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중심으로 등교 개학을 더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십만명 이상 모이고 있다. 설령 등교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이는 학부모들이라도 불안해 하긴 매한가지다. 이런데도 정작 교육당국은 “전면적인 등교 연기는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현 상황은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는 방역당국의 얘기를 방어논리도 들이대고 있을 뿐이다.
교육당국의 고려는 크게 두 가지인 듯하다. 하나는 학생들의 학력 인정을 위한 필수이수 수업시간을 맞춰고 연내에 수학능력시험 등 입시를 제대로 가동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택수업으로 인해 벌어지는 학생들 간의 학력수준 격차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교육부와 교육청은 일선학교에서의 학사일정과 수험생들의 입시,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최우선으로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코로나19가 본격 재유행 양상으로 가면 교육시스템 자체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런 경쟁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교육을 멈춰 세워야 하는 것이 교육당국의 역할이다. 또 어디까지나 교육시스템의 근간은 학생과 학교다. 모두가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 시대의 교육혁신을 이야기하는 마당에 전통적인 교육방식에 얽매이는 건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높여야할 가정에서의 온라인 수업은 EBS 방송으로 채워지고 있고, 그나마도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학생이 동일한 시간에 맞춰 시스템에 접속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니 용량을 넘어선 동시접속자로 인해 온라인 수업 시스템은 다운돼 버리고 만다. 서버를 확충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학교와 학생에게 자율권을 줘 수업을 유연하게 가져가면 될 일이다.
학생들 간 학력 격차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자칫 해당 학교 전체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격차도 감안해야 한다. 등교수업만으로 해결될 순 없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이라는 공포 속에서도 콩나무 시루 같은 학원 교실에 아이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공부하는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입시제도와 공교육 혁신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코로나 이후에 대비한 우리 정부의 이른바 `한국판 뉴딜`에서도 에듀테크(빅데이터와 인공지능, ICT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교육)는 엄연히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 교육과 당국의 현실은 여전히 구시대의 패러다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교과서와 전자칠판, 무선통신 공유기와 태블릿PC 등 하드웨어만 시끌법적하게 구비하다마는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바야흐로 교육시스템의 소프트웨어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