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강등 쓰나미]LG하우시스·롯데렌탈 등 6곳 'A급 추락 위기'
by김재은 기자
2020.04.24 01:32:00
LG하우시스 등 3곳 5월 만기도래만 5700억 달해
하이트진로홀딩스 등 BBB급 추락 예상 5곳 더 `문제`
P-CBO 빨라야 다음달 가동
[이데일리 김재은 박정수 기자] 채권시장 안정펀드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시장 투자심리는 좀처럼 녹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기업의 가장 근본인 실적 악화와 이에 따른 등급하향 압력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안펀드는 AA급 이상만을 편입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AA·부정적`인 호텔신라(008770)는 발행금리 예상범위 상단인 민간채권평가사 고시금리 대비 60bp(1bp=0.01%p) 높은 수준에서 금리가 확정됐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호텔신라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업종으로 채안펀드가 없었다면 시장에서 소화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데 의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신평 3사에서 `AA-` 등급에 `부정적` 전망이나 `하향검토 대상`에 오른 기업은 한국항공우주(047810), 한화손해보험(000370), LG하우시스(108670), 녹십자(006280), 롯데렌탈, 한화솔루션(009830) 등 6곳이나 된다. `A-` 등급에 `부정적` 꼬리표가 달려 BBB급 추락 위기에 놓인 곳도 선진(136490), 현대일렉트릭(267260), 하이트진로홀딩스(000140), 한국자산신탁(123890), 메가박스중앙 등 5곳이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A-·부정적`인 6곳의 회사채 발행잔액은 7조원을 웃돌고 이중 2조원 이상이 연내 만기도래한다. 특히 LG하우시스(2400억원) 한국항공우주(1000억원) 롯데렌탈(2300억원)은 다음달 만기도래 물량이 각각 1000억~2000억원 수준이다.
지난 13일 `AA-`에 부정적 등급 전망인 한화솔루션이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결과 600억원 모집에 그치며 대규모 미매각이 난 것처럼 A급 강등 위험에 놓인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한 단계만 하향 조정되더라도 A급으로 추락하는 만큼 주요 큰 손 기관들로서도 담기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BBB급 추락이 예상되는 싱글 A급은 자금조달에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A0` 등급의 현대오트론이 기관 수요 전혀 없이 리테일로만 물량을 모두 소화했다는 점에서 `A-`등급에 `부정적` 전망인 기업의 차환발행은 녹록지 않을 수 있다. `A-부정적`인 5곳의 회사채 발행잔액은 하이트진로홀딩스 8460억원 등 총 1조4600억원이고, 연내 만기도래 물량은 3500억원을 웃돈다.
현재 산업은행이 A등급 이상이거나 코로나19로 등급이 하향된 기업을 대상으로 1조9000억원 규모의 차환발행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차환발행 자금은 집행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20조원 규모의 저신용등급 회사채·기업어음(CP)·전자사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특히 SPV 설립 등 연준식 모델을 한은 등과 협의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저신용등급 매입을 위해 지난달 발표된 6조7000억원 규모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는 빨라야 다음 달에나 가동되고, 이번에 발표된 정책 역시 세부안이 전혀 나오지 않아 실제 자금 집행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전망된다.
한 연기금 CIO는 “A-이하나 BBB 등급의 경우 기관 투자가 쉽지 않아 P-CBO 형태로 자금이 공급될 것”이라면서도 “금리는 2~3% 수준으로 예상돼 4% 이상 금리가 필요한 연기금으로선 P-CBO를 매입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