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코로나, ‘자발적 멈춤’의 시간으로 활용하자
by류성 기자
2020.04.11 07:05:53
[발가벗은 힘: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
(36)코로나, ‘자발적 멈춤’의 시간으로 활용하자
그간 나의 ‘발가벗은 힘’ 스토리를 전해드렸다. 그런데 앞으로는 종종 독자 여러분들께 힘이 될 수 있도록 다른 이들의 사례, 특히 현재 자신의 브랜드를 잘 구축해 나가고 있는 사람의 ‘발가벗은 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다. 그 두 번째 사례로 퍼스널브랜드 구축과 디지털콘텐츠 제작을 도우며 강사, 콘텐츠 크리에이터,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유장휴 대표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
그는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사업 아이디어 때문에 퇴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회사를 떠난 사람들은 명함을 갖고 다닐까? 특히 은퇴자처럼 소속과 직함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자신을 표현할까?’ 이런 궁금증이 사업 아이디어로 연결된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명함 컨설팅’이라는 낯선 영역에서 1인 기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명함에 한 사람의 정체성과 브랜드를 담아주는 일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었기에 자부심을 느꼈다. 지금은 스스로 직업을 만들고 소셜미디어나 명함에 새로운 직업과 직함을 만들어 홍보하는 시대지만, 10년 전만 해도 명함은 회사 로고와 직함이 찍힌 명함이 대부분이었다. 2010년, 그는 자신의 정체성, 브랜드, 가치를 담은 명함을 만들라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생각과 달랐다. 사람들의 인식은 여전히 회사 명함에만 머물렀다. 때문에 그는 1년간 ‘손가락을 빨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한 대학교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대학생들에게 ‘미래의 명함’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해달라고 했다. 이때만 해도 그는 강의가 그의 전문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상황이 아니었기에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첫 강의였지만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그의 지도에 따라 학생들은 단순한 직업이 아닌 자신의 미래 모습과 하고 싶은 일, 에너지가 샘솟는 자신만의 가치를 명함에 담았다. 자신이 종이에 적은 내용을 그대로 디자인해서 실물 명함으로 나눠준다는 말에 모두 집중해서 수업에 참여했다. 그는 여기서 깨달았다. ‘명함을 만들어주는 일, 즉 결과에 집착해왔는데, 명함을 만드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겠구나’ 싶었다. ‘사람들은 명함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방향을 탐색하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구나. 그걸 도와야겠다!’라는 깨달음이었다. 이후 그는 명함을 만들어주는 사업에서 명함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했다.
그러자 일이 잘 풀렸다. ‘명함을 통한 자기다움 발견’이라는 주제로 직장인에게는 ‘비전명함’, 은퇴 예정자에게는 ‘인생명함’, 영업 종사자에게는 ‘전략명함’ 등을 만드는 과정을 개설해 여러 분야에서 워크샵과 강의를 진행했다. 심지어 그동안 명함이 없었던 엄마들의 명함, 청소년들의 꿈 명함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이전의 시행착오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개별적으로 컨설팅한 노하우와 경험이 쌓여 그만의 솔루션을 갖고 있었기에 워크샵과 강의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실패의 경험이 교훈이 된 것이다.
내가 그에게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고 묻자 그는 “요즘 성공한 사람보다 오래가는 사람을 더 주목한다. 반짝 성공했다 사라지는 것보다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오래가는 사람을 관찰하고, 그 비결을 내 삶에 적용해 나 역시 지속 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답했다.
그가 관찰한 오래가는 사람, 지속 가능한 사람의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다. 최근 유장휴 대표의 가장 큰 변화는 오프라인 브랜드에서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나 유튜브에서 자신만의 콘텐츠로 개인의 브랜드를 만들어간다. 유 대표는 오프라인 명함 컨설팅을 넘어 최근에는 온라인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컨설팅과 함께 영상 제작을 도와주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디지털생활제안 유장휴TV’는 몇 개월 만에 구독자 1만 1000명을 확보했다. 그의 집에는 온갖 종류의 유튜브 촬영 장비가 구비되어 있다. 나 역시 처음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 그의 도움을 받았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영역으로 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어떤 변화의 물결이 올지 모르겠지만, 언제든 변화의 파도를 즐길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유튜브 방송을 녹화하고 있는 유장휴 대표, 사진 출처: 유장휴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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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민첩함과 유연함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는 사람이다. 그가 1인 기업에 머물러있는 이유는 민첩함과 유연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직원을 고용하면 장점도 있지만 부담도 있기에 그는 혼자 할 수 있거나 파트너와 협업할 수 있는 일 위주로 일한다. 일하는 방식도 유연하게 만들었다. 대부분 혼자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많은 일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은 그의 스케줄에 맞춰 프로젝트를 의뢰한다고 한다. 그가 현재 이미 시작한 프로젝트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고객들도 있다. 충성 고객이 생기면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 즉 ‘갑과 같은 을’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나 역시 퇴사 후 전문가로 일하며 ‘갑과 같은 을’의 삶을 살길 표방한다. 다행히 많은 고객들이 내 스케줄에 맞춰주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특징은 자발적으로 멈출 줄 아는 사람이다. 하고 있는 일을 잠시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생존 경쟁 시대에 우리는 일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 잠시라도 멈추면 뒤쳐지고 넘어질 것 같은 불안감은 우리를 멈추지 못하게 한다. 유 대표는 더 오래가기 위해 6년 전부터 자발적 멈춤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1년 중 11개월은 일하고 1개월은 다른 지역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것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아내, 두 아이와 함께 4인 가족이 매년 제주도를 비롯해 국내의 여러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해왔고, 2018년에는 베트남, 2019년에는 태국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그 한 달은 그에게 새로운 경험을 쌓고 가족에 집중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그가 돈이 많아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직업 특성상 연말 연초에는 일이 없어서 불안했던 그는 ‘이럴 바엔 차라리 다른 데서 한 달 살기를 해보자’ 하는 마음에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라는 어느 시인의 시처럼 멈춤과 새로운 경험을 쌓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또 이런 경험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서 소개하고 있다. 한 달 살기를 하면 경제적 타격도 있고 불안감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업 영역을 온라인으로 전환 후 카메라와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최근 온 국민이 코로나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 유 대표처럼 자발적 멈춤을 시도해보고, 변화에 적응하고 자신을 단련하는 시간으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한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듯, 사람마다 ‘발가벗은 힘’을 키우는 방식도 다 다르다. 유 대표에게 있어 ‘발가벗은 힘’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 유연한 상황을 만드는 능력, 자발적으로 멈추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발가벗은 힘’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