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하락에도 이자비용 늘어난 카드사…왜

by유재희 기자
2019.07.31 05:51:43

신한·KB국민 등 5개 카드사 순이익 7.1%↓
저금리에도 이자비용 10% 늘어…영업자산 성장 영향
"비용효율화·사업전략 변경 등 대응 부족시 등급 떨어질 것"

주요 카드사 순이익·이자비용 현황 (자료: 각 카드사)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지난 상반기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에도 양호한 성적을 내면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시장금리 하락 등 초저금리 상황에서도 이자비용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5개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096억원으로 전년대비 7.1% 감소했다. 2분기부터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이 전 기간에 걸쳐 반영되는 만큼 손익 감소폭이 클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실적을 방어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눈에 띄는 것은 카드사들의 이자비용이다. 상반기 5개 카드사의 이자비용은 총 6869억원으로 전년동기 6253억원과 비교해 616억원(9.9%) 늘어났다.

카드사별로는 신한이 22.7% 급증했고 KB국민(19.6%), 우리(15.5%)도 크게 늘었다. 반면 삼성카드는 4.1% 감소했고, 하나카드는 58% 급감했다.

카드사들은 자체 수신기능이 없어 신용공여, 대출 등을 위한 자금은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하는 방식으로 조달한다. 시장 금리가 떨어질수록 조달금리도 떨어져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신용등급도 AA~AA+ 수준인 데다 카드채 수요가 많아 카드사의 발행금리는 최근 1년간 2%대에서 1%대로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저금리에도 이자비용이 급증한 것은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하락 압력이 높아지자 이익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신용공여,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영업자산을 확대한 영향이다. 자금조달 규모가 커진 셈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성장 가속화(영업자산 10% 증가) 등으로 수수료 인하 등 규제 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며 “이자비용 증가는 영업자산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의 경우 개인부문의 자산 증가에도 법인구매카드 등 무수익자산을 축소하면서 차입금 규모가 감소, 이자비용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제는 신용등급이다. 규제와 경쟁심화 등으로 수익성 하향 압력이 높아진 만큼 카드업 전반의 신용전망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등급 하향은 조달금리 상승 및 비용 증가로 직결된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카드이용실적이 민간소비지출 수준에 근접한 만큼 초과 성장여력이 축소된 데다 제로페이 등 신종 지급결제수단의 위협,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수익성 하향 압력이 높다”며 “경기둔화에 따른 자산건전성 지표 저하 가능성도 잠재적 위험요소”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카드산업 전망이 부정적인 만큼 카드사들의 비용효율화, 사업전략 변경 등 대응력에 주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