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강화에도 “내 갈길 간다”..올림픽아파트 재건축 ‘잰걸음’

by박민 기자
2018.11.09 04:30:00

정밀 안전진단 정면 돌파 ‘시동’
현지조사 이후 7개월 만에 주민 총회 열어
“일부 동 PC공법으로 ‘구조 안정성’ 취약”
강남권 재건축 사업 스타 조합장 영입도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재건축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가 정밀 안전진단 신청을 위한 주민 총회를 여는 등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박민 기자] ‘차세대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주목받고 있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이하 올림픽아파트)가 재건축 사업 추진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달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받기 위한 주민 총회를 연 데 이어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스타 조합장’ 영입에도 적극 나서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와 지난 3월부터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 여파로 침체에 빠진 서울의 다른 재건축 추진 단지들과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올림픽아파트 재건축 추진을 위한 주민 모임(이하 올재모)은 지난달 21일 단지 내 오륜초등학교에서 주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차 안전진단 추진을 위한 총회를 열었다. 앞서 이 아파트는 지난 3월 1차 현지조사(예비안전진단)를 실시해 송파구청으로부터 2차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후 후속 절차를 위해 7개월 여 만에 다시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건 것이다.

올재모 관계자는 “총회는 2차 정밀 안전진단 추진을 위한 주민 동의 및 용역 비용 모금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며 “약 6억원 안팎의 용역비용을 목표로 개인당 50만원씩 비용을 모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은 주민 동의(10%)→지자체에 안전진단 요청→현지 실사→ 안전진단 실시 순으로 이뤄진다. 올재모는 모금 활동을 완료한 뒤 곧바로 안전진단 용역업체 선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올림픽아파트의 안전진단 추진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앞서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강화한 상황에서 정면 돌파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무분별한 재건축 추진을 막겠다는 취지로 안전진단 평가의 핵심인 ‘구조 안전성’ 비중을 종전 20%에서 50%까지 확 높였고, 주거 환경은 40%에서 15%로, 시설노후도는 30%에서 25%로 낮췄다. 즉 건물이 무너질 정도로 구조적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만 재건축을 허용하면서 서울 대부분의 재건축 단지는 사업 추진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실제로 지금까지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한 단지는 단 2곳에 불과하다. 지난 8월 서초구 방배삼호 1~3차 아파트가 D등급(조건부 재건축)을 받아 서울에서 새 안전진단 기준을 처음으로 넘겼다. 이어 지난 10월 구로구 오류동 동부그린아파트가 D등급을 받아 조건부 재건축 가능 판정을 받았다.

올림픽아파트는 사실상 3번째 안전진단 통과 단지에 명운을 걸고 도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올재모 관계자는 “일부 동이 과거 구조적 안전성이 취약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법으로 지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진설계도 되어 있지 않아 정밀 안전진단에서 재건축 가능 판정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PC공법은 미리 공장에서 생산한 기둥과 벽, 슬래브 등을 현장으로 옮겨와 조립해 짓는 건축 방식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아파트 건설에 쓰이는 철근콘크리트(RC) 구조 건설 방식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시공 기간도 짧다. 지난 1980~1990년대 지어진 일부 단지에서 PC공법이 쓰였으나 이후 누수·균열 등 하자가 많이 발생해 최근에는 아파트 건설에 거의 쓰이지 않는다.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재건축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가 정밀 안전진단 신청을 위한 주민 총회를 여는 등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1일 단지 내 오륜초등학교에서 주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독자제공)
올림픽아파트는 재건축 사업 성공 이력이 있는 타 단지의 ‘스타 조합장’ 영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사업에서 입지적인 인물로 통하는 한형기 신반포1차(‘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재건축 조합장이다. 신반포1차 재건축 사업은 지난 1994년 추진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닻을 올렸지만 17년간 진행이 지지부진했는데, 한 조합장이 2011년 9월 취임하면서 사업을 1년 반만에 본궤도에 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반포1차 재건축 단지인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는 분양 당시 강남권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갈아치웠고, 현재는 서울 최고가 아파트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올재모 관계자는 “한 조합장이 속해 있는 신반포1차 재건축 조합은 아직 조합이 청산되지 않아 당장 합류하기엔 어렵지만 사업을 함께 하는 데 뜻을 모았다”며 “이달 24일 열리는 2차 총회에선 한 조합장이 사업 노하우도 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재건축 조합장은 구역 내 토지와 주택을 5년 이상 보유하거나 1년 이상 거주한 조합원에 한해 선출할 수 있다. 향후 한 조합장의 올림픽 아파트 취득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이같은 올림픽아파트의 움직임은 다른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게도 상당한 자극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올림픽아파트가 안전진단을 통과할 경우 현재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노원구 상계동과 양천구 목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추진에도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는 취약점을 찾아 사업 추진을 재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서울 집값 상승 분위기가 꺾인 점은 걸림돌로 꼽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2일 기준) 서울 재건축 대상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7월 13일(-0.01%) 이후 4개월여 만에 0.13% 떨어졌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8월 18일(-0.16%) 이후 가장 하락 폭이 크다. 부동산114 측은 “다주택자의 대출이 막히면서 매매 거래가 줄고, 강남권 중심으로 아파트값도 동반 하락세”라고 말했다.